영화 속 ‘설국열차’는 1년 365일 쉬지 않고 달린다. 제작자인 봉준호 감독은 핵융합발전에서 ‘무한동력 열차’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태양의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재현한 핵융합발전은 원자력발전보다 효율이 높고, 방사성 폐기물도 배출하지 않아 ‘궁극의 에너지’로 불린다.
태양은 수소 원자핵을 융합해 빛을 낸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높은 압력과 1500만도 열뿐이다. 지구에선 구현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온도를 1억도까지 올려야 핵융합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주요국은 1985년부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만드는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탄소로 제작한 초대형 용기에 도넛 모양 자기장을 두른 뒤 그 안에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프로젝트는 요즘 난항을 겪고 있다. 핵심 설비에 결함이 드러나면서 수소 플라스마(이온화한 기체) 생성 목표 시점이 올해 말에서 2035년 이후로 늦춰졌다. 원료 중 하나인 삼중수소 수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물질은 g당 가격이 4000만원에 이른다. 같은 무게의 금과 비교하면 300배 수준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ITER과 다른 방식으로 핵융합발전에 도전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가 투자한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는 2028년까지 핵융합발전을 시작하고, 2029년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에 50㎿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성공할 경우 핵융합 전력을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스타트업은 삼중수소 대신 헬륨3을 쓴다. 지구에선 합성이 어렵지만, 달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다. 발전 방식도 차이가 있다. 작은 원통형 용기 내부에서 플라스마를 충돌시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물을 끓이지 않고 열을 전기로 바꾼다.
댄 브루옛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스트롱코리아 2025’에서 “인류의 오랜 꿈인 핵융합발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했다. 헬리온에너지 등 스타트업들의 도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들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실패를 지레짐작할 이유도 없다. 일론 머스크의 ‘재활용 로켓’ 같은 세기의 발명품 대부분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산물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