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슬로바키아뿐이다. 이 수치는 ‘조직의 허리’인 중간관리자의 리더십 공백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인공지능(AI) 자동화는 확산 추세임에도 사람들은 과중한 피로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상사의 압박과 신세대의 요구 사이에서 중간관리자는 어느새 번아웃의 아이콘이 됐다.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 조직 내 가장 결정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중간관리자는 종종 육성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중간관리자는 전환 시대 조직 변화의 핵심 허브다. 이들은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니라 상하 양방향 소통과 협업의 교량이며, AI 도입과 세대 갈등을 조율하는 실질적 현장 리더다. 문제는 그 누구도 이들을 위한 ‘사용설명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툴과 업무 자동화 시스템도 익혀야 하고, 동시에 팀원 감정도 돌봐야 하는 이중 부담 속에서 중간관리자는 전통적 리더십 모델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이제는 리더십도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잘 시키는 관리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조율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컨버터블 리더십’이다. 상황에 따라 리더십과 팔로어십의 전환이 가능한 스타일로 유연하게 변환해야 한다. 높은 노동생산성으로 OECD 6위권에 해당하는 독일의 한 기업에서는 중간관리자 중심의 리더십 개선을 위해 AI 기반 협업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팀 내 커뮤니케이션 흐름, 피드백 속도, 디지털 툴 활용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리더십 효율을 시각화해준다. 관리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리더십 전략을 조정하고, 구성원은 리더와의 상호작용 변화를 체감한다. 도입 3개월 만에 프로젝트 납기 준수율이 25% 상승하고, 팀원 이직률은 40% 감소했다.
새 정부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긍정적 흐름이지만,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을 고려하면 재계, 노동계, 정부 모두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업은 단순히 시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의 방식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 문화를 개선하고, 성과 중심의 프로젝트형 업무 설계와 디지털 협업 툴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노동자는 4.5일 안에 성과를 내려면 제한된 시간에 성과를 내는 직무 몰입도와 협업 민감도를 함께 키워야 한다. 자기 주도성과 책임감이 높을수록 짧은 시간에 더 큰 성과가 가능하다.
정부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그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을 선행해야 한다. 직무급제 확대, 유연근무 인프라 보급, 중간관리자 리더십 개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핵심은 업무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4.5일이 단순한 휴식일수 증가가 아니라 성과의 집중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지속적인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아울러 중간관리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직무급제 도입이다. 직무의 중요도와 난이도에 따라 보상과 책임을 구분하는 구조는 중간관리자의 동기를 유도하고 조직 내 리더십의 질적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 막연한 성과 압박보다는 명확한 역할 기준에 따른 보상 체계가 리더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역할과 성과가 일치하는 직무급 중심의 인사 체계는 개인 동기뿐 아니라 기업의 효율성과 국가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