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아들이 '해남이'였어?"
지니TV 오리지널 '나미브'를 시청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나미브'는 해고된 스타 제작자 강수현(고현정 분)과 방출된 장기 연습생 유진우(려운 분)가 만나 각자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진우는 강수현의 아픈 손가락인 아들 심진우 역을 맡아 데뷔 첫 정극 연기를 펼쳤다.
이진우는 Mnet '프로듀스X101'에서 전남 해남 출신의 수줍은 많던 소년 '해남이'로 먼저 주목받았다. 해남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다는 부모님을 도와 왔기에 유튜브 채널 '홍석천의 보석함'에 출연해 장기로 싱싱한 배추 선별법을 소개했을 정도다. 이후 아이돌 그룹 틴틴, 고스트9으로 활동해 왔고, 웹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연기를 병행했지만, 본격적인 드라마 출연은 '나미브'가 처음이다.
이진우가 맡은 심진우는 강수현의 부주의로 교통사고 후 청력을 잃게 된 후천적 청각장애인이다. 타인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장애로 인한 부모의 과보호를 부담스럽게 여기며 나름대로 성장사를 써 나아간다는 점에서 외적으로도, 내면적인 부분도 모두 쉽지 않은 캐릭터다. 하지만 이진우는 심진우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진우는 "고현정 엄마, 윤상현 아빠의 도움과 조언이 컸다"면서 "현장에서 제가 감정선을 잡을 때나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많이 도와주셨다"고 함께 연기한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드라마가 종영하고 설 연휴에 해남에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지냈는데, 가족들 반응이 생각만큼 뜨겁진 않았어요.(웃음) 그래도 선배님들 아들 역할이라는 걸 신기해하셨어요. 물론 저도 신기하고요. 두 분 덕에 현장 분위기가 재밌고 부드럽게 흘러갔어요. 혼내시고 이런 것도 전혀 없었어요. 특히 고현정 선배님은 선배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장면인데도 저를 보며 눈물을 흘려 주시면서 제가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그런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감사하고, 멋있고, 존경스러웠어요."
이진우는 2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에 '나미브'에 합류했다. 캐릭터 이름이 같은 것도, 극 중 오디션 프로그램과 아이돌이 등장하는 것도 모두 "신기한 인연 아니냐"고 "운명적인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만 생각했다"면서 그의 MBTI인 '사려 깊은 몽상가' INFP와는 다른 현실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오디션 합격 이유에도 그저 "직접 여쭤보진 않았지만, 감독님이 생각하신 이미지랑 맞은 거 같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이진우는 "쉽지 않은 캐릭터라 열심히 연습하는 데 집중했다"고 심진우가 되기까지 과정을 전했다. 다만 "입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화하는 진우처럼 습관이 되기 위해 평소에도 입을 보며 대화했는데, 여러 사람이 오해했다"며 "남녀불문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남다른 고충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장 이상적인 심진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 내내 샐러드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며 체중 조절하고, 배우는 자세로 세심하게 현장에 임했지만 "디테일이 부족한 거 같다"며 "장면 하나하나에 포인트들을 제가 잡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먼저 주목받았고, 아이돌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진우는 배우로 입지를 굳히고 싶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옥관문화훈장까지 받은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이 "아버지의 사촌 형"이라며 "어릴 때부터 연극, 뮤지컬 등에 대한 말씀을 해주셔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당당히 오디션으로 신시컴퍼니 작품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최근에는 "더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안 보던 책도 보고, 국내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제3세계 작품까지 챙겨보고 있다"는 이진우는 "윤상현 아버지가 조언해 주신 방향대로 발성을 더 키우는 것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미브'를 통해 신인으로 가능성을 인정받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생각한 목표의 20점밖에 달성하지 못한 거 같아요. 스스로 박하게, 더 갈고 닦으면서 큰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앞으로 저도 제가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기대가 돼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