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골프도 뭐 있나요. 냅다 갈기고 시원하게 살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인기 골프 교습가 송경서가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송프로'라는 이름의 부캐(본업이 아닌 일을 하는 자신의 또다른 캐릭터)로 '냅다 갈겨라'라는 제목의 트로트 싱글을 내면서다. 이제 세상에 나온지 넉달째를 맞은 이 노래는 골퍼들 사이에서 '멘탈관리송'으로 입소문을 타며 사랑받고 있다.
1999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입회한 송경서는 깔끔한 외모에 핵심을 짚는 레슨으로 골프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프로부터 아마추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JTBC골프에서 레슨,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수로의 깜짝 변신은 의도치 않게 성사됐다. 평소 노래를 즐겨부르고 지인들송경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초 어린 친구들을 레슨하며 '너무 고민하지 말고 냅다 쳐'라고 말하고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흥얼흥얼 멜로디가 떠올랐다"며 "친분이 있는 작곡가인 라스(LAS)에게 '이거 어때?'라고 들려줬는데 노래로 만들어보자고 곧바로 제안을 하더라"고 설명했다. '연애사용법',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등을 만든 인기 프로듀서 라스는 흥겨운 트로트에 중독성 있는 후크로 '냅다 갈겨라'를 완성했다.
'송프로'라는 부캐로 음원을 낸데 이어 어엿한 데뷔 무대까지 치렀다. 강원 춘천 라비에벨 골프&리조트 듄스코스에서 지난 7월부터 5회에 걸쳐 진행된 EDM축제 '듄스夜댄스야'에 초대가수로 나섰다. 한여름 일요일 오후 라운드 이후 클럽하우스 앞 특설무대에서 열린 EDM 파티에서 송경서는 '냅다갈겨라'를 라이브로 선보였다. 후렴구인 "냅다 갈겨라"에는 풀스윙을 하는듯한 동작까지 선보이며 골퍼로서의 특별함을 살렸다. 전문가수는 아니지만 골프팬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고 송경서는 앙코르곡으로 대성의 '날 봐 귀순'까지 야무지게 불렀다.
공연까지 치른 소감에 대해 송경서는 "골프도 노래도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첫 공연때 떨리지는 않았는데 스스로도 정말 어설프다고 느꼈습니다. 곧바로 유명 보컬트레이너에게 트레이닝을 받으며 다음 무대를 준비했죠. 노래 역시 어깨 힘을 빼고,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며 골프에 접목시킬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죠(웃음)."
정작 현장 분위기는 "아마추어가 어쩜 저렇게 떨지도 않느냐"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사실 골프 칠 때가 더 떨려서 그런지 무대에서는 즐겁게 놀자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사실 음원발표는 수익을 바라고 한 활동은 아니다. 송경서는 '냅다 갈겨라'를 발표하고 곧바로 한국골프협회 등에 기부를 했다. 그는 "골프팬들께 선수와 업계가 그간 사랑을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했던 것이 내내 아쉬웠다"며 "남자골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만할 게 아니라 팬들이 찾아주실 수 있도록 팬들께 먼저 다가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를 알면 알수록 냅다 갈기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노래 '냅다 갈겨라'는 최근 라운드를 앞두고 자신감을 올리기 위해 듣는 '골프 멘탈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송경서는 "두려움을 떨치고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냅다 갈겨라'를 듣는다는 후배나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떄 가장 뿌듯하다"며 "골프를 더 즐겁게 치실 수 있도록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