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이란 말은 유니크 하죠. 구글은 안 쓰는 말입니다. 네이버가 왜 방향성을 통합으로 잡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 D2SF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서 네이버가 지닌 강점으로 '자체 생태계'와 '사업 운영 기간'을 꼽았다. 글로벌 빅테크가 갖지 못한 네이버만의 차별점이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 시장을 장악했지만, 커머스 부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지 못했다. 아마존에 밀려서다. 생성형 AI 스타트업은 20년 이상 쌓아 올린 인프라나 데이터가 없다.
반면 네이버는 쇼핑, 페이 등 자체적인 생태계를 갖고 있다. 검색 인프라와 데이터도 27년간 구축했다. 김 리더는 "챗GPT나 퍼플렉시티같은 경우 자체 생태계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굉장히 레어한 검색 인프라를 가지고 있진 않다. 구글과 빙 검색 결과에 의존하는 식"이라며 "웹사이트에 어떤 콘텐츠가 생기는지 파악하고 이를 수집, 분석하는 능력을 중요한 인프라로 본다. 네이버는 오랜 기간 동안 해온 일이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
차별점의 정점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맘카페는 국내 생활 정보가 집합된 장소다. 예컨대 평촌 학원비를 알아볼 때 생성형 AI보다 네이버 검색으로 카페 게시글을 확인할 때 더 밀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 리더는 "네이버에서만 찾을 수 있는 정보. 이게 콘텐츠의 힘이다. 이런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는 유리한 포지션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오픈소스도 네이버의 경쟁력을 올리는 요인이다. 구글은 과거 검색 품질을 좋게 하는 기술 연구는 공개하지 않지만 AI 관련 오픈소스는 공개하고 있다. 김 리더는 오픈소스를 우군이라 표현하며 "과거 네이버의 힘만으로 구글을 따라가려 했던 때보다는 경쟁력 있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펼치며 AI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네이버의 자체 LLM인 하이퍼클로바를 중심으로 유료 LLM 서비스와의 제휴 등을 통해 기술 상향 평준화를 이룬다는 것. 김 리더는 "예전 다른 여러 기술도 상향평준화를 이뤘듯이 AI도 그렇게 될 거라 본다"며 "네이버만 LLM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얼마나 있는지 등 차별화 지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사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제휴, 생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포부를 다졌다.
네이버는 생성형 AI를 네이버 검색창에 구현하려 한다. 네이버의 '통합검색' 전략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창을 따로 만들어 구현하기보다 네이버의 검색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창에 '알바도 실업급여 받을 수 있나요?'라고 검색하면 AI 브리핑이 블로그, 카페를 아울러 통합검색한 결과를 제시한다. 더 많은 답변을 원하면 AI탭(가칭)에 들어가 '1년에 주 4일 근무했는데 실업급여 받을 수 있나요?'라는 식으로 추론을 필요하는 질문을 하면 된다.
이용자들이 AI탭에만 의존해 UGC에 흥미가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을 전략도 준비했다. 'AI픽' 뱃지다. 해당 표시는 AI가 참고한 UGC에 달리는 일종의 출처 증명서다. AI픽이 달리면 콘텐츠와 신용도가 보장된다는 의미가 전달될 수 있다. 김재엽 리더는 "창작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면 AI픽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트래픽을 끌어올려 보상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생성형 AI 검색뿐 아니라 동영상 등 소셜미디어(SNS) 검색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네이버벤처스가 첫 투자처로 동영상 AI 스타트업인 트웰브랩스를 선정한 이유다. 김재엽 리더는 "향후 네이버의 생성형 AI 검색에 동영상 부분도 고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생성형 AI와 SNS로 양분화된 검색 시장 흐름을 모두 아우르기 위한 전략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