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대형 제약사 20곳 중 미국 화이자, MSD(머크), 스위스 로슈, 노바티스 등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최강자’다. 하지만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 등 경쟁사와 달리 ‘위탁개발(CDO)-임상시험대행(CRO)-CMO’로 이어지는 서비스 주기에서 고객이 CMO에만 몰렸다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첨단 바이오 기술인 오가노이드(인공 미니 장기)를 통해 CRO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16일 ‘삼성 오가노이드’ 서비스에 대해 “고객사와 신약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협업하기 시작함으로써 향후 생산 단계까지 고객을 묶어두는 ‘조기 록인(lock-in)’ 효과를 거둔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보통 바이오의약품은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동물실험), 임상 1·2·3상, 인허가, 생산공정 개발, 시장 출시 등의 단계로 상업화된다. CDO나 CRO는 CMO에 비해 수익성은 낮지만 고객 선점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CDO와 CRO 단계에서 한번 거래가 시작되면 CMO 단계에서 대규모 수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은 고품질의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면역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을 검증하기 위해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약물에 대한 환자 반응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설 내 오가노이드 전용 실험실을 운영하면서 오가노이드 배양부터 약물 반응 분석까지 서비스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100년 가까이 유지해온 동물실험 의무 규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면역 반응 등 복잡한 생리적 작용을 보기 위해 설치류, 원숭이, 강아지, 토끼 등 동물을 이용한 평가가 의무였다. 그러나 원숭이 한 마리에 수억원이 드는 등 고비용이 걸림돌이 됐고,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비판도 컸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