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 대한 기업 회생이 투자사에 의해 신청됐다.
왓챠 측은 전환사채(CB) 투자사 중 한 곳이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9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업회생 신청은 기업의 자기자본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보유한 채권자일 경우 기업과 협의없이도 신청이 가능하다.
왓챠 측은 "경제 및 투자, 스타트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투자자들의 권리와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기업 회생 신청 철회 등을 논의하고 비즈니스를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회생절차가 진행될 경우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일부 기업들이 왓챠 인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왓챠는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CB 투자자와의 만기 연장 합의에 실패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뚜렷한 자금난 해소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왓챠는 2021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두나무, 카카오벤처스 등 주요 벤처캐피털(VC)과 개인투자자로부터 490억원 규모 CB 투자를 유치했다. 상장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프리IPO 성격으로 자금을 투입했고, 당시 기업가치는 330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대응을 위해 콘텐츠 투자와 사업 영역을 늘린 탓에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했다. 왓챠는 2023년 기준 자본총계가 -79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CB 상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업 존속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왓챠는 사업 축소, 자회사 매각을 추진해 2023년 221억원이던 영업적자를 지난해 20억원으로 줄였지만 기한 내 CB 투자자와 합의하는 데는 실패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이 무산되고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만기 연장에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며 “일부 투자자가 감자를 요구해 투자자 간 의견 불일치가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