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SSG닷컴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최근 한 직장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가 된 글의 제목이다. SSG닷컴이 CJ대한통운에 물류를 맡긴 후 배송 품질이 훼손됐다는 내용이다. 배송 불만 사례가 속출하자 해당 글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SSG닷컴은 지난 1일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자체 배송을 중단하고 CJ대한통운에 위탁했다. 그러나 운영 미숙과 폭염이 겹치며 배송 지연, 품질 저하 사태가 발생했다. “오전에 받기로 한 물건이 오후 5시가 돼서야 왔다” “냉동육이 녹아서 배달됐다” “배송 포장이 종이백으로 바뀌어 불편했다” 등 불만 사례가 줄지었다. 단순 운영 미숙으로 볼 수 있지만 업계에선 두 회사의 ‘설익은 동맹’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신세계그룹은 작년 6월 CJ그룹에 물류 업무를 이관하는 협약을 맺고 자체 운영 물류를 축소했다. SSG닷컴 김포 물류센터도 매각할 예정이다. 서로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이 오히려 떨어져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존 촘촘했던 배송 예정 시간은 새벽, 오전, 오후로 통합됐고, 신선식품용 보랭 가방은 종이박스로 변경돼 손상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배송 기사들은 최근 사태를 두고 설비와 비용 투자가 부족했다고 말한다. 기존 택배 물량 외에 우선 배송 처리해야 할 신선식품이 추가됐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작업 공간과 배송 기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SSG닷컴이 착실히 노하우를 쌓아온 자체 배송을 포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물류 투자를 멈추고 CJ대한통운에 맡긴 것은 역설적으로 ‘SSG닷컴 살리기’의 일환이었다. 물류 비용을 줄여 적자에 시달리는 SSG닷컴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전략이다. SSG닷컴은 최근 3년(2022~2024년)간 누적 적자만 2968억원에 달한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중국 e커머스) 공세마저 거세지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투자를 멈추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C커머스는 국내 물류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국내에 18만㎡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테무와 징둥닷컴도 올해 들어 수도권 지역에서 물류센터를 임차하며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과 CJ대한통운은 물류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직접 고용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배송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마트란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상한 물건을 받은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