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요 도시의 하나인 볼고그라드는 한때 스탈린그라드로 불렸다. 옛 소련 공산당의 초대 서기장이자 최고 통치권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을 우상화하기 위해 1925년 차리친에서 ‘스탈린의 도시’라는 뜻의 스탈린그라드로 바뀌었다. 스탈린그라드는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한 뒤에도 1961년까지 유지됐다. 그러다 후임자인 니키타 흐루쇼프의 스탈린 격하 정책에 따라 볼고그라드로 명칭이 다시 변경됐다.
믿기 어렵겠지만, 과거 지폐 인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등장한 적이 있다. 한국은행은 1956년 발행한 500환 지폐 한가운데에 당시 재임 중이던 이 대통령 초상을 실었다. 지폐를 접으면 대통령 얼굴이 접히고 두 쪽으로 찢어지기 일쑤라는 게 문제였다. 결국 1958년 대통령의 초상 위치를 오른쪽으로 바꾼 새 지폐가 나왔지만 1962년 6월 화폐 단위가 ‘환’에서 ‘원’으로 바뀌면서 사라졌다.
이름을 남기려는 최고 권력자의 욕심은 북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1946년 10월 개교한 뒤 김일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북한 최고 대학으로 거듭났다. 개교 당시 대학명에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강행됐다.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 명칭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이름을 딴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오페라하우스’로 바꾸는 법안을 추진해 화제다. 법안 발의자는 “예술을 향한 멜라니아의 열정을 기리는 훌륭한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케네디센터는 미국 공연장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여서 많은 미국인의 빈축을 사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화당은 건국 250주년인 내년에 250달러짜리 지폐를 발행하고 여기에 트럼프 초상을 새기자는 법안과 수도 워싱턴DC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을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바꾸는 법안도 내놨다. “가장 가치 있는 대통령을 위한 가장 가치 있는 법안”이라는 설명과 함께. 권력자의 무리한 간판 욕심인지, 주변의 과도한 아부 탓인지 모르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모자라니만 못한 법이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