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발원한 불교는 고대부터 한반도에서 번성했다. 하지만 산스크리트어(범어)로 적힌 불교 가르침이 곧바로 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호십육국 시대 구마라습 등이 한자로 옮겨 적은 경전을 거쳐야만 부처(범어 ‘붓다’)의 말씀을 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쓰이는 불교 용어 중에는 보살(보디사트바), 아미타불(아미타브하), 아수라(아수라)처럼 범어 발음을 따온 것과 해탈(니르바나), 업(카르마), 자비(마이트리)처럼 뜻풀이를 한 것이 뒤섞여 있다.
오늘날 인도의 공용어인 힌디어는 고대 ‘베다 산스크리트어’의 직계 후손이다. 인도를 식민 지배한 영국인들이 일찍부터 간파했듯 힌디어는 영어 독일어 등과 뿌리를 같이하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한다. 456개 언어가 쓰이는 인도에서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6억 명이 넘는 인구가 사용하는 제1 언어다. 세계적으로도 영어와 중국어 다음으로 화자가 많다.
1949년 인도 제헌의회는 데바나가리 문자로 쓰인 힌디어를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삼았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집권한 이후엔 공식 석상에서 영어가 아니라 힌디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인도인의 민족의식을 결속하고 전통문화 자부심을 고양하려는 의도다.
외교부가 힌디어를 포함한 주요 언어 통역을 전담하는 통역실 설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했을 때 힌디어 전문 통역이 없어 영어를 매개로 이중 통역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한국어-영어-힌디어’를 거쳐 대화하면서 회담 시간이 길어지고 외교 결례가 빚어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회담 후 이 대통령이 “그동안 인도에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며 “(통역) 특수교육을 하자”고 주문했다고 한다.
인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3조9098억달러·2024년 세계은행 기준)의 경제 대국이다. 그런 나라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묘한 뉘앙스까지 전달하는 최고 수준 통역이 없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격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추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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