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초 모 장관 후보자는 5년 만에 신고 재산이 5억원 이상 증가했는데, 생활비를 아껴 써 세 가족이 한 달 60만원을 지출했다고 해 논란이 됐다. 후보자 측은 “출판기념회 수입 등 소득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출판기념회 수익금 7000만원을 전세자금 대출금으로 갚는 데 사용해 파장이 컸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출판기념회 요지경 사례는 수두룩하다.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해 놓고 자신의 시집을 판매한 의원도 있었다. 장롱 속에서 현금 다발 3억원이 쏟아지자 출판기념회에서 받았다고 한 예는 빙산의 일각이다. 법안 발의 대가를 받는 우회적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출판기념회가 ‘노다지’ ‘황금어장’ ‘출금(出金)기념회’로 불리며 편법 정치자금 모금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적용을 받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고와 회계 보고 의무도, 모금 한도도, 책값 제한도 없다. 중진 의원이면 출판기념회 한 번으로 수억원은 거뜬하게 거둘 수 있다. 모두 현금인 데다 총액은 특급비밀로 본인 외엔 알기 힘들어 추적도 어렵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은 현금은 본인, 배우자 등이 소유한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등록하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에 신고해야 한다. 어길 땐 징계를 받아야 하지만 단 한 번도 없었다. 암묵적인 카르텔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출판기념회 투명화를 위한 법 개정안이 수차례 제출됐고, 폐지 공약도 여러 번 나왔으나 매번 도루묵이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제2 김민석’을 막겠다며 일명 ‘검은봉투법안’(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최근 5년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한 것과 관련, 두 차례 출판기념회와 경조사 등을 통한 수입이 있었다고 해명한 데 대한 역공인 셈이다. 주 의원 법안엔 출판기념회 개최 시 선관위 신고, 30일 이내 수입과 지출 내역 보고, 정가 이상 판매 금지 및 1인당 10권 제한 등이 담겼다. 이번엔 ‘적폐 돈줄’을 스스로 끊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국민이 많다.
홍영식 한국경제매거진 전문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