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ITS 아태총회에 오니, 미래 교통이 벌써 우리 일상이 된 것 같아요.”
지난 28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미래 교통의 심장이 뛰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곳 '2025 수원 ITS(지능형 교통 체계) 아태총회' 현장은 기술과 사람, 도시와 도시가 만나는 '초연결'의 무대였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HL로보틱스의 자율주행 주차로봇 '파키(Parkie)'였다. 베테랑 운전자도 종종 진땀을 빼는 '주차' 고민을 파키가 말끔히 해결했다. 스마트폰으로 주차를 명령하자, 파키가 차량 아래로 파고들어 차를 들어 올린 뒤, 장애물을 피해 부드럽게 주차선에 안착시키자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HL로보틱스는 이번 총회에서 통합 로봇 관제 시스템(SMS)도 처음 공개했다. 3차원(3D)으로 시각화된 주차장 화면에는 파키의 이동 경로와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돼, 현장 운영의 효율과 안전을 높였다.
교통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는 아이트로닉스는 하이패스 기반 비대면 주차 결제 시스템과 첨단 ITS 솔루션을 선보였고, 자율주행 스타트업 SUM은 실제 도심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버스와 인공지능(AI) 기반 주행 제어 기술을 공개했다.
스마트 교통·도시 솔루션 기업 핀텔은 AI 영상분석 기반의 스마트 교통·안전 관제 시스템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 실시간 교통상황 분석과 사고 예방 기술을 소개했다. 지능형 교통·보안 시스템 제공 기업 한일에스티엠은 자율주행 인프라와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설계·구축, 차량-사물 간 통신(V2X) 기반 교통안전 솔루션을 현장에서 시연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 AI 교통신호, 도심항공교통(UAM),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가해 현장은 미래 교통기술의 경연장이 됐다.
수원시도 이번 아태총회에 부스를 마련하고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선보였다. 수원시는 1997년 지방정부 최초로 신호제어 시스템과 교통정보 수집 시스템을 도입하며 한국 ITS 태동기에 앞장섰고, 최근에는 GPS로 차량 위치를 추적해 신호등에 자동으로 녹색 신호를 부여하는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구급차 1km 이동시간을 56.3% 줄였으며, 다음 달부터 소방지휘차와 경찰순찰차에도 확대 적용된다. 현재 전국 30여 개 지자체가 수원시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오전 10시 공식 개막식에서는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재준 수원시장,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ITS의 미래와 수원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오후에는 아시아·태평양 11개국 장차관이 모인 고위급 회의가 열려 각국의 ITS 현황과 미래도시 비전, 국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전시관에서는 국내외 대학, 스타트업, 기업들이 미래차와 스마트 교통기술을 선보이며 글로벌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시민 체험존, 플리마켓, 비즈니스 상담회가 마련돼 AI 기반 교통신호 체험, 드론 택배 시연, 미래형 대중교통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해질 무렵 광교호수공원에서는 드론아트쇼와 버스킹 공연이 펼쳐져 참가자들이 교통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의 밤을 만끽했다.
아태총회 기간 동안 광교 일대에서는 자율주행 버스와 택시가 실제 도로를 달리며 시민과 해외 참가자들이 직접 탑승해 미래 교통의 모습을 체험했다. 이번 시범 운행은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실용성을 알리는 현장 시연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수원 ITS 아태총회는 30일까지 사흘간 열리며, 마지막 날에는 폐회식과 시상식, 차기 개최지 발표 등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