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강형석 기자] 시장조사기업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다이어트 식음료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2455억 달러(약 336조 9790억 원)로 평가됐다. 이는 2023년 약 2361억 달러 대비 약 4% 상회한 수치다.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기 위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게 성장의 이유로 꼽힌다.
꾸준히 성장 중인 다이어트 식음료 시장이지만, 옥석을 가리는 건 어렵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다이어트 식음료가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에 집중되어 있어 맛과 식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열량, 탄수화물, 당류 첨가 비중은 작아도 일반 식품과 다른 경험 때문에 먹는 걸 포기하는 이도 많다.
주보근 모흐 대표 / 출처=IT동아
모흐(MOH)는 맛과 열량(칼로리) 사이의 균형을 맞춘 식음료 브랜드 ‘킬로리(Killorie)’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저당 맛두유, 열량을 낮춘 다이어트 자장라면 등 맛있게 먹으며 체중 관리 가능한 식음료를 제안한다. 다양한 식음료 분야 중 왜 다이어트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이유를 듣고자 주보근 모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성장세 뚜렷한 온라인 식음료 유통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다
“성장이 잠재력이 큰 온라인 유통 시장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식품 시장을 선택한 건 소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성과를 보여 주겠다는 자신감도 있었죠.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시장을 작은 스타트업이 돌파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며 틈새 시장을 찾았고 성장이 기대되는 다이어트 식음료 시장에 주목했습니다.”
주보근 대표는 차별화된 식음료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고자 킬로리 브랜드 구축에 힘을 쏟았다. 킬로리 브랜드의 콘셉트는 ‘고민하지 않는, 가벼운 한 끼 식사’다. 자극적인 식음료 제품들 대비 낮은 열량(칼로리)을 구현하되 맛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 초점을 뒀다.
바비큐, 매운 양념, 매콤 양념 등으로 구성된 킬로리 저당 소스 제품들 / 출처=모흐
킬로리 브랜드 공개와 함께 바베큐, 매운 양념, 매콤 양념 등 3가지 저당 소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결국 가격 경쟁으로 승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이때 주보근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맛두유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체유 시장 중 약 90%는 두유가 차지한다. 아몬드, 귀리 등 다양한 소재를 쓴 대체유 제품이 있음에도 두유의 선호도가 높은 것은 오랜 시간 두유 섭취 경험에서 오는 친숙한 이미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건강한 제품을 선호하는 시대의 흐름을 타며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4년 두유 시장은 약 6300억 원(대체유 시장 약 7000억 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약 6000억 원 규모(대체유 시장 6769억 원)로 평가된 2023년 대비 5% 성장한 수치다.
일본 맛두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제로 달콩두유 / 출처=모흐
주보근 대표는 일본 두유 시장에 주목했다. 일본은 커피, 바나나, 딸기, 푸딩 등 다양한 맛을 구현한 맛두유 시장이 활발하다. 주보근 대표는 “일본 맛두유를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개발하면 차별화 가능하다는 판단에 제품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시장 조사를 거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플레인(일반 두유), 초코, 말차, 밀크티 4가지 맛의 ‘제로 달콩두유’를 출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헤이즐넛, 카라멜, 바닐라 등 3가지 저칼로리 저당 시럽과 일반 음료 대비 열량을 절반으로 줄인 푸룬주스를 킬로리 브랜드로 출시했다.
음료에 이어 모흐가 도전하는 시장은 ‘다이어트 라면’이다. 다양한 라면이 있지만, 선호도가 높고 부담이 적은 자장(짜장)라면을 선택했다. 이 외에도 매운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사천 자장, 마라맛도 함께 개발했다. 주보근 대표는 “우리나라 자장라면 시장이 300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즐겨 먹습니다. 하지만 애매한 점도 있어요. 일반인 입장에서 봤을 때 1개는 부족하고 2개는 많다고 합니다. 2개를 모두 섭취하면 열량이 1000 칼로리 이상이라 부담되고요. 이 부분을 극복하고 싶어 다이어트 자장라면을 개발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반 다이어트 라면과 달리 면의 식감과 맛에 초점을 두고 개발된 제로콘누들 / 출처=모흐
주보근 대표는 면의 탄수화물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열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려면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재료가 필수였다. 고민 끝에 탄수화물 일부를 식이섬유로 대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식이섬유 함량을 탄수화물 대비 20% 수준에 맞추고 에리트리톨, 알룰로스 등 대체당을 첨가해 열량과 당류 비율을 낮췄다. 킬로리 제로콘누들의 열량은 자장 295 칼로리, 사천 290 칼로리, 마라 285 칼로리다. 시중 자장라면의 열량이 600 칼로리~700칼로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맛도 일반ㆍ사천 자장, 마라와 유사한 수준을 구현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식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흔히 다이어트 라면에 제공되는 면은 곤약 당면, 소면 형태가 많은데 질기거나 뚝뚝 끊어지는 식감이 단점으로 꼽힌다. 곤약에 적용된 식이섬유 때문에 다량 섭취 시 속이 더부룩한 경우도 있다. 모흐는 쌀국수 제조 공법을 적용해 면을 만든다. 면도 두껍고 건면으로 만들어 일반 자장라면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면에 감자전분을 넣어 쫄깃한 식감을 낸 점도 특징이다.
‘먹으며 관리하는 시대’ 최적의 제품 구성과 브랜드 가치 확보는 고민거리
“먹으며 관리하는 시대에 모흐의 고민은 ‘어떻게 체중과 건강을 유지하는 설루션을 만드는가?’ 입니다. 과거에는 체중 관리를 위해 무작정 참아야 했어요.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영리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영양소, 체질 등을 파악하며 관리해요. 맛도 중요합니다. 모흐는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맛을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품군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한 개선을 거쳐 고객에게 순수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어요.”
모흐는 여름철 수요가 많은 냉면, 비빔면을 다이어트 라면 제품군에 추가해 선택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 출처=모흐
주보근 대표의 고민은 킬로리 브랜드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신규ㆍ재구매 고객 확대다. 다이어트 음료와 라면 제품군이 다수 있지만 더 많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제품군 확대는 필수라는 입장이다. 이에 특정 계절에 특화된 라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름철에 소비가 증가하는 비빔면과 냉면이 대표적이다. 모흐는 5월 하반기부터 비빔면, 냉면을 판매한다.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빔면, 냉면 맛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게 주보근 대표의 설명이다.
국물이 있는 컵라면은 추운 겨울에 맞춰 출시하기 위해 개발이 한창이다. 겨울이 다이어트 식품 시장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제품 홍보, 소셜미디어 제품 노출 등 킬로리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 순수익을 희생하더라도 잠재 고객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해외 진출은 신중히, 킬로리 제품군 확장에 주력할 것
모흐는 킬로리 브랜드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목표는 2024년 대비 400% 성장이다. 주보근 대표는 “2025년 1분기 매출로 예상했을 때 목표는 달성 가능하리라 봅니다. 그래도 목표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꾸준한 제품 출시와 고객 확보에 힘을 쏟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모흐가 다이어트 식음료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이 있었다. 자장라면 개발에 도움을 받은 것 외에 컨설팅 및 판로 확보 자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았다. 주보근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다이어트 식음료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 초기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었는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은 모흐와 킬로리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보근 모흐 대표 / 출처=IT동아
“킬로리를 먹는 즐거움과 함께 개인화가 더 강조된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개인화에는 여러 측면이 있을 겁니다. 우선 시장이 요구하는 식품을 제공하는 것 외에 개인의 신체 정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어요. 이 분야는 아직 뒤에 있지만, 가까운 시기에 당당히 앞에 서 있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주보근 대표는 다이어트 식음료 판매 외에도 개인 신체 관리까지 가능한 가치 중심 기업으로 모흐를 성장시키고 싶다 말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해외 진출보다 국내 시장 내 킬로리 브랜드의 가치를 더 탄탄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