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이헌 역 맡아 "내 안의 입체적인 면모 꺼내려 노력"
"'고독한 미식가' 보며 먹방 표현 연구⋯촬영 후 체중 증가"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처음 작품을 제안 받고 부담감과 불안감이 컸어요."
'폭군의 셰프'에서 장태유 감독이 꺼내든 이채민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남자 주인공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폭군의 셰프'에서 우려를 깨고 100% 이상 자신의 몫을 해냈다. "이헌 그 자체"라는 시청자 댓글은 이채민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었다.
이채민은 지난 30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막내린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이채민은 "애정을 갖고 있던 작품이라 종영에도 여운이 가질 않고 있다. 저에게는 좋은 작품, 좋은 동료들이 남은 작품이다. 뜻깊고 행복하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채민이 '폭군의 셰프'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이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다. 첫 회 4.9%로 시작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갔고, 최종회 시청률은 17.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올해 tvN 최고 시청률은 물론, 2025년 방영된 전체 미니시리즈 중 최고치다.
이채민은 "첫방송이 4%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람대로 되서 기분 좋게 시작을 했다"며 "시청률에 관심을 안 가지려고 했는데, 사람인지라 아침마다 보게 됐다. 그만큼 저도 애정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관심과 사랑을 줘서 실감이 안났다. 어안이 벙벙하다"며 작품을 향한 뜨거운 인기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채민은 극중 '폭군'이라 불리는 조선의 왕 연희군 이헌을 연기했다. 그는 이헌 역에 낙점된 배우가 하차하면서 촬영 열흘 전 작품에 합류했다. 이제 5년차 배우인 이채민에겐 턱없이 부족한 준비 기간과 '대타'라는 시선은 적잖은 부담이 됐을 터. 장태유 감독은 이채민을 "기본기가 잘되어 있는 배우"라고 가능성을 평가했다. 이채민은 짧은 시간 내에 사극 톤의 말투와 승마, 무용 등을 준비했다.
"부담감과 불안함이 존재했어요. 시간이 빠듯해서 이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문도 생겼고, '더 열심히 만들어보자. 최대한 해내보자. 피해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독님,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그룹 대본리딩도 도와주고, 많은 분들 덕분에 촬영을 잘할 수 있었어요."
이헌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폭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서사를 가진 인물로, 실제 역사 속 연산군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조선시대로 타임 슬립한 미슐랭 셰프 연지영을 만나 상처를 치유받고, 사랑을 키워나간다. 코믹부터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가진 이헌을 안정적인 발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폭군의 셰프' 이채민 스틸 [사진=tvN]"이헌이라는 캐릭터를 맡는다는 것만으로도 막중한 부담감과 무게감이 있었어요. 폭군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이헌의 내면보다는 정치 세력의 입김과 외부 환경으로 폭군의 이미지가 표현이 됐어요. 원래의 이헌은 감정 표현에 있어 솔직하고, 한편으로는 천진난만한 소년미도 있고, 불합리한 것에 있어서는 말을 크게 할 줄 아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폭군으로 보여진 것이 아닐까. 이헌의 본성에 치중하려고 했어요. 외부적인 요인이 들어오면 폭군처럼 보일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단순함과 천진난만함 그 순간의 솔직함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모든 사람은 다 입체적인 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에게도 있는 모습을 끄집어내서 표출하려고 했어요."
'폭군' 이헌은 지고지순한 순애보와 더불어 음식에 대한 진심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절대미각'의 소유자인 그가 음식 앞에서 진심 어린 표정을 짓는 장면은 CG 효과가 맞물리며 뜨거운 화제가 됐다. '흑백요리사'와 '고독한 미식가'을 찾아보며 맛 표현과 표정을 연구하기도 했다고.
"CG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몰라서 더 재미있게 시청했어요. 현장에서는 '여기서 봉황이 올라올거야'라고, 그 정도 아이디어를 공유 받고 표정을 생각했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정말 맛있어?' '뭐가 제일 맛있었어?'라는 것이었어요. 명나라 경합에서 나온 우대갈비와 마카롱이 맛있었어요. 달달한 것을 안 좋아하는데, 마카롱은 (촬영이) 끝나고 몇 개 가지고 왔어요."
'폭군의 셰프' 이채민 스틸 [사진=tvN]먹방 촬영이 많았다는 이채민은 "평소보다 먹는 양이 많아졌다. 이헌의 폭군 이미지가 날카로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살을 빼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마지막회 즈음에는 푸근해졌다. 3kg 정도 체중이 늘어난 것 같다"고 웃지 못할 고충도 털어놨다.
마지막 회는 이헌과 연지영(임윤아 분)이 위기를 딛고 현대에서 재회해 사랑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달달한 설렘을 안겼다. 하지만 이헌이 어떻게 현대로 넘어와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극이 마무리 되면서 '회피엔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망운록이 이헌의 절절함과 사랑의 힘을 알아봐준 것이 아닐까. 얼마나 슬퍼했으면 현대로 보내줬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이헌이 지영을 재회했기 때문에 만족하고, 너무 행복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호불호 반응은) 사람들의 시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존중하고 받아들여요. 저는 흐뭇하게 본 것 같아요."
이채민이 '폭군의 셰프'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이번 작품은 이채민에 '인생캐'를 만들어준 작품인 동시에 '소중한 사람'을 얻은 작품이 됐다. 이채민은 함께 한 임윤아를 비롯해 동료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임윤아 선배가 저에게 많이 맞춰줬기 때문에 저도 불편함 없이 다가갈 수 있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도 공유해주고, 어떻게 해야 신이 잘 나올 수 있는지 배려도 해줬어요. 나이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케미가 나왔고, 서로의 캐릭터에 몰입되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얼마 전에 선배님을 봤을 때 '감사함이 크다'고 인사했어요.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본받을 점이 많고 존경하게 됐어요."
"제겐 사람이 자산이에요. 이 작품을 하며서 소중한 사람들이 선물처럼 다가왔어요.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믿고 따르게 된 분들이 많이 생겨서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와 흥행에 '폭군의 셰프' 포상 휴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폭군의 셰프' 팀은 10월께 포상 휴가를 가는 것을 논의 중이다.
이채민은 "배우를 하면서 포상휴가를 가는 것이 꿈이었다. '폭군의 셰프'가 잘돼 포상휴가 가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하고 살았는데 꿈만 같다. (드라마) 관계자들에게도 장난식으로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이루어질지 몰랐다"고 활짝 웃었다.
2000년생인 이채민은 2021년 tvN '하이클래스'를 통해 데뷔해 tvN 일타스캔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넷플릭스 '하이라키'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인지도를 키워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률과 화제성 지수는 물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급격하게 늘며 '대세 스타'로 자리매김 했다.
이에 이채민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고 하는 사람들 생겨났지만, 아직 크게 실감은 안된다. 더위를 싫어해 많이 돌아다니지 않기도 했고, 대중교통도 이용했지만 각자 할일에 몰두하더라"고 겸손하게 이야기 했다. '차기작으로 30개 작품에서 러브콜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숫자를 다 세어보진 못했다.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농담삼아 이번 작품 촬영할 때부터 '채민아 이 작품 찍고도 변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 말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잃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하는 법을 찾으려고 해요. 지금 작품이 잘되서 부담이 클 거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럴 때일수록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어떤 장르가 됐던 재미있게 봐주는 분들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보는 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채민이 '폭군의 셰프' 종영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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