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제작비 2억 원으로 만든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이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얼굴'은 지난 21일 하루 동안 9만 553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72만 2720명이다. 누적 매출액은 75억원에 달한다.
'얼굴'은 지난 11일 개봉 당일 1위로 출발했지만, 다음 날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지난 15일 다시 정상을 탈환한 뒤 6일 연속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얼굴'은 시력을 잃은 채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권해효, 박정민)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8년 연 감독이 직접 쓰고 그린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엔 대본으로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영상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그래픽 노블로 먼저 만들었고, 시간이 흐른 뒤 '돈이 없어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끝에 결국 영화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얼굴'은 제작비 2억 원, 총 13회차 촬영으로 완성됐다. 상업 영화의 평균 촬영 회차가 50~80회차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초단기·초저예산' 영화다. 주연배우 박정민은 노개런티로 작품에 참여했다. 영화는 개봉 이틀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연 감독은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제 큰아이가 유튜브를 그렇게 재미있게 보는 이유를 알겠더라. 퀄리티가 좋지 않아도 재미가 있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배급사들은 호불호를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저는 그게 재미가 없다고 느꼈다"며 "지금 모든 문화가 팬덤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팬덤은 뾰족한 콘텐츠에서 탄생한다. 모난 구석이 있어야 메시지가 생긴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같은 날 7만 8030명의 관객을 모으며 2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480만 1046명에 달한다. 이어 재개봉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노노케 히메'는 1만 6671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12만 8686명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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