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49] 앤 카슨의 ‘녹스’ 읽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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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을 호명한 영상을 보고 2022년 동짓날, 서점 고요서사에서 역자 윤경희 선생님이 전문을 낭독하셨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녹스를 꺼내 읽었다. 잠들었던 고전과 다양한 활자와 죽음에 대한 사색들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밤이 물러나고 떠오른 태양 아래 찍어본 사진들. 세상에는 죽어도 죽지 않고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정수윤 제공

밤은 유령의 시간이자 사랑과 상념으로 가득한 세계다. 하나둘 별이 뜨기 시작하면 빛은 어느새 물러가고 어둠이 찾아와 이것과 저것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살아 있는 것들은 꿈속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죽어 있는 것들은 기지개를 켜며 바람을 쐬러 나온다. 밤이 낮보다 길어지는 계절에 등줄기가 으스스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조선시대 사상가 서경덕이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에서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혼백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취산(聚散)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한 말을 떠올리며 가을밤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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