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규모언어모델(LLM)로 오픈AI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창출되는 문화, 서비스 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정세주 눔(Noom) 의장(사진)은 16일 ‘UKF 꿈 2025’ 행사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최근 테크업계의 화두가 된 ‘소버린 AI’의 경쟁력을 이같이 진단했다. 정 의장은 25세에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역대 가장 큰 한국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일궈낸 한국인이다. 그는 “최근 오픈AI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처럼 AI를 통해 열리는 시장에 기회가 있다”며 “우리는 LLM이나 일반인공지능(AGI)보다는 이를 통해 창출될 막대한 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AI 덕분에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사람들은 ‘진짜 경험’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만성 질환을 달고 사는 미국인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관리 솔루션 업체 눔을 설립해 미국인의 절반이 아는 대표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해 이기하 사제파트너스 대표와 함께 UKF(한인창업자연합) 꿈 페스티벌을 주최했다.
정 의장은 한국을 ‘콘텐츠가 꽉꽉 차 있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음식과 공연 등 문화 사업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는 “만화라는 개념을 만든 일본에서 웹툰 시장 점유율 1·2위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고, 미국 유명 서점에서도 ‘만화(Manhwa)’란 이름의 코너가 생긴 게 그 사례”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AI만큼이나 한국 경제를 성장시킬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K뷰티’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 화장품을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K뷰티 제품을 경험한 미국인이 아직 4.4%밖에 안 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내다봤다.
‘지금이 해외 창업의 적기냐’는 질문에 정 의장은 “지금 창업하지 않으면 한국에는 무엇이 남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한국의 프리미엄 제조 기업들이 경제를 이끄는 모델은 흔들리고 있다”며 “절박함은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선배 기업인들의 UKF 꿈 행사 지원으로 이어졌다. 정 의장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수억원을 기부한 기업 회장도 있고 대학생들에게 비행기 티켓 200장을 후원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