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가 암과의 공존을 넘어 완치라는 최종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해 21일까지 독일 베를린 메세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에서 항암제의 수명 연장 효과를 입증하는 장기 생존 데이터가 연이어 발표됐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수술 후 암세포가 다시 자랄 틈을 주지 않는 정밀 보조 요법으로 암 환자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빅파마 ‘장기 생존 데이터’ 혈투
일라이릴리는 17일 ESMO 2025에서 자사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 3상 임상시험의 7년 추적 최종 전체 생존 기간(OS) 결과를 발표했다. 고위험 초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내분비요법과 버제니오를 병용한 환자군은 내분비요법만 시행한 환자군과 비교해 사망 위험이 1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DK4·6 억제제 중 초기 유방암 환자의 OS 개선을 입증한 건 버제니오가 처음이다. 7년 시점의 버제니오 투여군 OS는 86.8%로, 대조군(85%)을 뛰어넘었다. 항암제로 단순히 암 재발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환자 수명 자체를 늘리는 효과가 입증됐다. 암 재발 방지 효과도 장기간 유지됐다. 버제니오 투여군에서 7년 동안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는 전이성 질환 발생률은 6.4%로, 대조군(9.4%)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일라이릴리와 경쟁하는 노바티스는 더 넓은 환자군으로 맞불을 놨다. 노바티스는 같은 날 항암제 키스칼리 임상 3상의 5년 추적 결과를 공개했다. 버제니오 결과와 차이가 있다면 키스칼리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까지 포괄해 가장 넓은 초기 유방암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노바티스에 따르면 키스칼리 병용군의 5년 침습성 무질병 생존율(iDFS)은 85.5%로 단독 요법군(81.0%)과 비교해 높았다.
◇면역·ADC 병용, 암 치료 기준 바꿔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공격해 ‘유도탄 항암제’라는 별명이 붙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역시 암 완치 시대의 기대를 키웠다. ESMO 2025에서 가장 높은 권위의 세션인 ‘프레지덴셜 심포지엄’(18일)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 2형(HER2) 양성 초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엔허투가 기존 표준 ADC 치료제와 비교해 재발 위험을 53%나 감소시켰다.
엔허투 병용요법은 전통적인 화학요법 대비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pCR)을 67.3%까지 끌어올려 수술 전 단계에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는 치료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아스텔라스·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ADC 신약 파드셉의 병용 요법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병용 요법은 현 표준 치료인 수술 단독 요법과 비교해 사망 위험을 50% 감소시켰고 재발 가능성은 60% 낮췄다. 크리스토프 불스테케 벨기에 겐트통합암센터(IKG) 연구원은 “시스플라틴 치료가 불가능해 수술에 의존하던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의 치료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획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베를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