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테크읽기] 장기적 투자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라

지난달 29일 현대모비스는 국내 정부, 학계, 산업계 관계자와 제1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이하 ASK)를 개최했다.

행사는 현대차그룹 내부의 차량용 반도체 전략을 점검하고, 우리나라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자동차 강국과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관련 산업간 유기적 협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국내 자동차 산업이 잘 대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과 현대차그룹 공급망 안정화 노력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차량용 반도체 측면에서도 당장 손익을 생각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협력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공급망을 안정화했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무역분쟁, 미국 관세 이슈, 보호 무역 강화 등 다양한 이슈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시급히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차량용 반도체 시장 변화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반도체 내재화 정책을 강화한 중국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 업체의 자국 내 점유율이 71.5%에 달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지난해 호라이즌 로보틱스 34%, 화웨이 7% 등 중국산 반도체 탑재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업체인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자율주행 기술을 내재화하고 로봇으로 확장하는 버티컬 AI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력 반도체에서는 실란과 BYD의 반도체가 각각 글로벌 6위와 7위를 기록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와 퀄컴, 독일 인피니언과 일본 르네사스의 사례도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향후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시장을 향한 엔비디아와 퀄컴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AI 프로세서를 이끄는 동시에 안정적 AI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자랑하는 엔비디아와 퀄컴의 인포테인먼트와 저전력 시장 확대 노력도 계속된다.

차량 제어용 프로세서와 전력 반도체 관련 시장에서 성장해온 인피니언은 RISC-V를 적용한 프로세서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인피니언 차량용 마이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고려해 RRAM 등 차세대 메모리를 양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 르네사스는 일본 정부와 자동차 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차량용 반도체 설계와 양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 ADAS와 자율주행 시장에서 14%의 점유율을 기록한 점은 주목해 볼 부분이다.

차량용 반도체 산업 발전 세미나에서는 관련 업체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장기적인 투자이다. 코로나 공급망 사례처럼 한번 끊어진 공급망은 쉽게 회복될 수 없다.

관련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에 꾸준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연구개발(R&D) 투자와 차량 공급 연계가 필수적이다. 완성차와 함께 정부 차원의 투자와 관리가 요구된다. 아울러 차량에 필요한 기술이나 요구사항을 논의하고 다양한 업체의 제안 사항을 듣기 위한 협의체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산학연관이 최신 기술과 필요 기술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의 장이 요구된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고려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유와 공동 검증 센터 운영에 대한 방안도 제시됐다. 손쉬운 양산과 검증을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자동차-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또, 국내 AI 프로세서 업체에 대한 차량 버티컬 AI 육성 전략, 엔비디아, 퀄컴, 인피니언 등 해외 주요 반도체 업체와 유기적인 협력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발을 내디딘 차량용 반도체 포럼을 기반으로 산학연관 유기적 협력을 이끌어 내고, 우리나라 차량용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주도해 가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