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여자 자유형 400m, 800m서 한국신기록…"수영하는 매순간 즐기는 게 목표"
이미지 확대
[촬영 오명언]
(부산=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 이런 거 처음이에요. 너무 떨려요."
조그마한 사무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테이블에 앉은 한다경(25·전북체육회)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와"를 연발했다.
자세를 고쳐 앉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한다경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또박또박 내뱉는 말 한마디마다 진심이 묻어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몸이 많이 안 좋았고, 성적도 부진해서 불안한 시기를 보냈는데, 조금 더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가짐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한다경은 제106회 전국체전에서 두 개의 한국 기록을 갈아치우며 눈부시게 물살을 갈랐다.
지난 19일 열린 여자 자유형 800m 결승에서는 지난해 자신이 세운 기록(8분37초88)을 1초10 단축했고, 이어 21일 자유형 400m 결승에서도 또 한 번 한국 기록을 경신했다.
한다경은 이날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여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4분09초69에 터치 패드를 찍었다.
이미지 확대
(김천=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한다경(전북체육회)이 24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를 겸해 열린 'KB금융 코리아 스위밍 챔피언십' 여자 자유형 800m 결승에서 8분38초32의 한국 신기록을 세운 뒤 환호하고 있다. 2024.3.24 psik@yna.co.kr
2022년 KB금융코리아스위밍챔피언십에서 자신이 작성한 4분10초89를 1초20 앞당긴 기록이다.
한다경은 "800m 성적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데, 400m에서는 기대를 안 했었다"며 "쟁쟁한 경쟁자들이 너무 많아 부담이 컸지만, 그래도 온전히 레이스에 집중한 덕분에 좋은 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가 한창 달릴 때는 성격이 너무 예민해서 주변 분들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요즘에야 그들의 응원이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체감하는 것 같다. 기록이 잘 나온 것도 너무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저를 믿어주신 분들께 보답할 수 있어서 가장 행복하다"고 웃어 보였다.
이제 여자 자유형 400m, 800m, 1,500m에서 모두 한국 기록을 보유하게 된 한다경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여자 수영 종목에서 묵묵히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는 유망주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재능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빛난 건 꾸준한 노력이다.
이미지 확대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4일 인천 미추홀구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24 국제수영연맹 경영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한다경이 역영을 하고 있다. 2024.10.24 soonseok02@yna.co.kr
한다경은 해마다 한 걸음씩 성장해온 '성장형 선수'다.
2022년 제103회 전국체전부터 매년 이 대회에 출전한 한다경은 자유형 400m, 800m, 계영 400m, 800m 네 종목에서 해마다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한다경은 "저는 사실 학생이었을 때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연습에 비해서 아직도 경기 기록이 한참 느린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더 많이, 그리고 더 높은 강도로 훈련하는데도 경기에서 항상 비슷한 성적이 나오다 보니까 스스로를 재촉하고 탓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며 "주변 분들의 따뜻한 조언 덕분에 최근에야 나 자신을 학대하며 몰아붙이는 버릇을 고친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가던 한다경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 위로가 되어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지난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나고 낙담했을 때, 한 선배가 장거리 운전을 할 때도 휴게소에 들렀다 가지 않으면 사고가 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냥 잠깐 쉬었다가 더 멀리 가면 된다는 말에 정말 큰 힘을 얻었고, 제가 스스로 너무 가혹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제 한다경은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 다독이면서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는 "항상 자신에게 수영을 좋아하니까 즐기면서 하자고 되뇌는데, 막상 대회에 나오면 다 까먹어버리는 것 같다"며 "큰 대회에서는 늘 너무 긴장했는데, 내년 아시안게임에 가면 더 배포 있게 레이스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해져서 마음을 내려놓고, 긴장하면 긴장하는 대로, 또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수영하는 매 순간을 즐기는 게 목표입니다. (웃음)"
이미지 확대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24일 인천 미추홀구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24 국제수영연맹 경영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한다경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024.10.24 soonseok02@yna.co.kr
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1일 16시44분 송고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