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대회 15연패 빛나는 '요트 전설' 하지민 "은퇴 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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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5회 연속 출전한 아시아 정상급 베테랑…"6번째 올림픽도 도전할 것"

"요트에선 변덕스러운 바람을 이길 생각 말고 순응해야…우리 인생과도 닮았죠"

이미지 확대 전국체전 15연패 달성한 '요트 전설' 하지민

전국체전 15연패 달성한 '요트 전설' 하지민

[촬영 오명언]

(부산=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요트는 예상 못하게 불어닥치는 바람과의 싸움이에요. 하지만 싸워서는 절대 이길 수가 없고, 잘 순응하는 게 결국 이기는 거죠. 레이스 자체가 우리네 인생과도 닮았다고 생각해요."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하계 올림픽에 5회 연속 출전한 하지민은 요트 불모지인 한국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스물한살에 처음 태극 마크를 단 이후로 지금까지 워낙 독보적인 실력을 유지해왔기에 그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조차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민은 올해도 36세 나이에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일반부 국제레이저급 정상에 오르며 대회 15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22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요트경기장에서 경기를 마치고 연합뉴스와 만난 하지민은 이변 없는 우승에 담담히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계속 훈련해오던 바다라서 대회를 앞두고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다"고 씩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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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15연패 달성한 '요트 전설' 하지민

[촬영 오명언]

하지민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정상에 오른 선수다.

네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종합 7위에 올라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었다.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비결을 묻자, 하지민은 "세일링을 직업이자 취미로 즐기면서 한다. 남들보다 더 재밌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경기해보니까 눈길을 끄는 후배들도 여럿 있기는 한데, 사실 아직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지금처럼 다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다 보면 몇 년 후에는 뒤를 이을 친구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에서 개최하는 무료 체험 수업에 참여하면서 요트를 처음 접했다는 하지민은 변덕스러운 바람과 파도를 읽고, 그 흐름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 이 스포츠를 인생에 빗댔다.

이미지 확대 전국체전 경기 앞두고 엄지손가락 들어 보이는 '요트 전설' 하지민

전국체전 경기 앞두고 엄지손가락 들어 보이는 '요트 전설' 하지민

[촬영 오명언]

그는 "요트는 다른 종목과 달리 경기장이 매번 바뀐다"며 "바다에는 항상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읽어내고 그것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요트를 타면서 인생을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인생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바다 위에서 마주하는 바람도 마찬가지거든요. 하지만 순간의 선택에 따라 나의 위치와 내가 나아가는 방향은 조절할 수 있어요. 결국 다 선택의 문제인 거죠."

요트 위에서의 싸움은 조절할 수 없는 바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 바람에 휘둘리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민은 "요트 위에서도 선택에는 큰 위험과 큰 보상이 함께 따른다. 한쪽으로 부는 바람에 집중하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그 바람이 약해지면 그만큼 손해를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을 따라 같은 선택을 하면 위험 부담은 줄어 안정적일 수 있지만, 결국 같은 흐름에 몸을 맡긴 무리 속에서 남들보다 크게 앞서 나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전국체전 경기 준비하는 하지민

전국체전 경기 준비하는 하지민

[촬영 오명언]

결국 하지민이 바다 위에서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 '젊은 피'들을 제치고 이기는 비결은 오랜 경험이 빚어낸 판단력에 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 은퇴 계획은 없다. 하지민은 내년 5번째 아시안게임은 물론, 3년 뒤 여섯번째 올림픽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사실 요트는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큰 국제 대회에서의 활약이 아니면 대중의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 개인적으로 유명해지고 싶었다면 이 종목을 선택하지도 않았겠지만, 인생을 요트로 보낸 사람으로서 이 스포츠가 더 알려져서 후배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도 요트는 평생 타고 싶다. 언젠가 성적이 안 받쳐줘서 은퇴해야 하는 날이 오더라도 취미로 계속 탈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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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국가대표 하지민

[대한요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3일 15시0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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