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나고 자란 모아이즈, 레슬링 첫 귀화 선수로 데뷔전서 깜짝 금메달
"신발에 사자성어 유지경성 새기고 훈련…태극마크 달고 올림픽 챔피언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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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이집트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 레슬링 유망주 푸다 모아이즈 아흐메드(21·한국체대)는 겉보기와 다르게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남들처럼 똑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라 성격도 급하고, 뭐든 빨리 빨리하려고 한다"는 그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하고, 여느 한국 운동선수처럼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이 크다.
모아이즈가 훈련용 신발에 늘 새기고 다니는 사자성어도 그런 그의 진심을 보여준다.
유지경성(有志竟成). 모아이즈는 중학교 때부터 여러 차례 도전한 귀화 시도가 엎어질 때마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사자성어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특별 귀화 절차를 통해 최근에야 마침내 한국 국적을 얻은 모아이즈는 한국 레슬링의 역대 첫 귀화 선수로 올해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그리고 데뷔전에서부터 남자 대학부 그레코로만형 60㎏급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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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오명언]
모아이즈는 "레슬링을 시작한 지 8년이 넘었는데, 외국인으로서 출전 자격이 없어서 소년체전도 못 뛰었고,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도 못 뛰었다. 친구들이 대회에 나가서 시상대에 서고, 코치님이랑 껴안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너무 부러웠는데, 드디어 그 한을 풀었다"고 미소 지었다.
모아이즈는 이날 결승에서 한 학년 높은 강경민(한국체대)을 상대로 8-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5-5로 맞선 경기 종료 약 10초 전, 모아이즈가 순간적인 백 잡기로 상대의 허점을 찌르며 2점을 추가, 승부를 뒤집었다.
모아이즈는 "상대가 체격도 정말 좋고, 기술도 잘 쓰는 선수라서 제대로 된 타이밍에 정확하게 기술을 쓰지 않는 이상 쉽게 이기기 어려울 것 같았다"며 "몇 초 안 남기고 지는 상황에서 쓰려고 준비한 기술이 있는데, 오늘 결승에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준비한 걸 바로 시도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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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학생 때 '레슬링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아는 코치님의 권유에 프로 레슬링인 줄 알고 막연하게 이 종목에 발을 들였다는 모아이즈는 이제 레슬링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모아이즈는 "저는 오직 레슬링 하나만 바라보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국내에서 1등 정도가 아니라, 은퇴 후에 이름이 거론될 정도의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당연히 이뤄내야 할 목표고, 저는 올림픽 챔피언을 꿈꾼다. 오늘 전국체전 금메달은 제 꿈에 비해 새 발의 피 정도"라고 말했다.
그저 어린 선수의 단순한 패기라 치부하기엔 눈빛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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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모아이즈는 "저는 엄청난 재능이 있지는 않지만, 거짓 없이 운동했다"며 "남들이 한두 개 빼먹을 때 나는 한두 개 더 해서 상대들보다 강해지겠다는 마음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저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모아이즈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단순히 운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소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 경기는 물론, 대회에서 맞붙을 상대의 모든 영상을 직접 찾아보며 분석하는 '학구파' 모아이즈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4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 일지를 써오고 있다.
모아이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매일 일지에 디데이를 적어가며, 그 옆에 1등 금메달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제 모아이즈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바라본다.
그는 "귀화를 마쳤으니, 드디어 제게도 기회가 생겼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선발전도 제가 정말 뛰어보고 싶었던 대회예요. 선발전에서는 실업팀 형들이랑 붙을 텐데, 실업팀이랑 하더라도 대학생의 패기로 한번 끝까지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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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1일 08시1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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