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포토샵, AI에 밀리더니…1년 사이 94조원 증발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어도비(Adobe)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200조원이 넘는 어도비 주가는 1년간 3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 총액은 688억달러(한화 약 94조원)가 증발했다.

어도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프로 등 창작 툴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AI 기술이 사진, 영상 편집을 대체하면서 어도비의 입지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잇달아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UBS는 어도비 목표가를 400달러에서 375달러로 낮췄다.

멜리우스 리서치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변경하고 목표가를 기존 400달러에서 310달러로 조정했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어도비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는 지났다"며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드번-아틀란틱(Redburn-Atlantic) 역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추고 목표가를 420달러에서 280달러로 33%나 줄이면서 "생성형 AI 도구가 어도비의 경쟁 우위를 침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구글이 최근 공개한 이미지 편집 AI '나노 바나나'(Nano Banana)는 기존 어도비 툴의 편집 과정을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잡한 사진 편집을 명령어 한 줄로 가능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외에도 오픈AI의 소라(Sora), 구글의 비오(Veo), 미드저니(Midjourney) 등도 등장해 콘텐츠 제작 AI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어도비는 구독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상황을 모면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1월엔 어도비 포토그래피 플랜(20GB)의 월 구독료가 9.99달러에서 14.99달러로 인상됐고, 6월엔 북미 지역 주력 구독 서비스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요금이 월 50달러에서 69.99달러로 약 40% 올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AI 투자 비용을 구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도비의 소프트웨어는 디자인·영상·편집 세계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고, 방송국, 광고사, 출판사까지 어도비 기반 워크플로우가 굳건해 단기간 대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어도비가 손쉽게 수익 확대 전략을 취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