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날(6월 28일)을 맞아 만난 류기운 코레일 KTX 기장(52·사진)은 철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철덕(철도 덕후)의 시조새’로 불린다. 어릴 적부터 기차를 사랑해 철길을 따라다니던 그는 1992년 부기관사로 철도인의 길을 걷기 시작해 33년차 기관사가 됐다. 올해 160만㎞ 무사고 운행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일할 때뿐 아니라 쉬는 날에도 철도 사진을 찍고 모형을 수집하며 철도에 대한 애정을 온라인 공간에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류 기장은 “경기 부천에 살던 어린 시절, 집 앞을 다니는 전철을 수시로 구경했다”며 “한 번씩 영등포역을 찾아 디젤열차와 특급열차를 구경하던 기억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 ‘기관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대학과 당시 철도청 공무원 시험에 동시에 합격한 류 기장은 고민 끝에 대학 진학을 미루고 철도인의 길을 택했다. 어린 나이에 택한 직업인 만큼 흔들릴 뻔한 적도 있지만 한국에서 ‘꿈의 열차’로 불리던 고속열차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기관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30년 넘게 기차를 운전한 류 기장이지만 지금도 KTX를 운행할 때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는 “열차 운전은 거의 100% 수동이라고 보면 된다”며 “일부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정시 운행을 위해선 열차 속도와 정차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등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인생처럼 매번 같은 길을 달리는 것 같아도 예기치 못하는 상황은 늘 생긴다”며 “변수에 대응하는 게 기장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철도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운전석에만 머물지 않는다. 블로그엔 그가 찍은 풍경 사진과 철도 이야기가 가득하고, 최근엔 유튜브 활동도 시작했다. 류 기장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풍경은 평택 구간에서 펼쳐진다. 그는 “평택 인근에 평야가 쫙 펼쳐져서 논에 물이 찰 때는 마치 바다 가운데를 달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언젠가 기관사라는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는 “당장 오늘 일이 있다면 마지막까지는 내 몫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젠가 나보다 철도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나 기술이 등장한다면 승객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사진=임형택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