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중요한 것에 말걸기[내가 만난 명문장/장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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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교육할 때 나는 작은 미덕들이 아니라 큰 미덕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약이 아니라 돈에 대한 관대함과 무관심을 가르쳐야 한다. 신중함이 아니라 용기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기민함이 아니라 솔직함과 진리에 대한 사랑을, 외교술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성공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존재하는 법과 앎에 대한 열망을 가르쳐야 한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작은 미덕들’ 중

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긴츠부르그의 빛나는 문장들은 언제 읽어도 가슴을 찌르고 영혼을 울린다. 작가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작은 것들에 머물지 말자고, 크고 중요한 것들이 있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물론 작은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노라면 작은 미덕들이 긴요하고 절실해진다. 하지만 큰 미덕들도 잊지 말자고 작가는 침착하게 반복한다. 일상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는 굳이 배우지 않더라도 처세의 방법과 돈의 필요를 저절로 체득한다. 그렇지만 삶에 대한 관대함과 돈에 대한 초연함은 의식하고 노력할 때에만 우리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큰 미덕이 다수의 시선과 ‘다르게’ 보고 평균의 사고보다 ‘크게’ 생각하는 힘이라면, 그런 힘은 오직 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궁수가 먼 목표물을 맞히려면 그보다 높은 곳을 겨눠야 한다고 말했다. 작고 낮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크고 높은 곳을 목표로 해야 한다. 긴츠부르그는 자전적 소설에서도 묘사했듯 가까운 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유쾌하게 함께 누렸지만, 그런 작은 자유를 짓밟는 것에 대해서는 대범하게 맞서 싸웠다. 그는 파시즘에 반대한 저항에서 남편을 잃은 후에도 노르베르토 보비오, 비토리오 포아 같은 반파시스트 지식인들과 일생 동안 우정을 나눴다. 작게 관찰하되 크게 해석하는 미시 역사학의 대가 카를로 긴츠부르그가 그의 아들이다.

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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