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超기술 시대와 니체의 '위버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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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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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위버멘쉬'(Übermensch·超人)는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위버멘쉬는 초능력을 지닌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관습적 도덕을 넘어 삶의 기준과 가치를 스스로 정립하는 인간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인간형이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우리의 일상과 사고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스마트폰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알림이 하루 일정을 알려준다. 유튜브는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하고, 쇼핑앱은 소비를 유도한다. 운동 앱은 걸음 수를 측정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온라인 쇼핑몰은 구매 패턴을 분석해 취향을 예측하고, 소셜 미디어는 관심사에 맞춘 정보만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기술은 우리 삶의 겉모양만 바꾸는 게 아니다. 삶의 방식과 내용마저 개입하려 들고 있다.

기술이 중립적일 것이란 생각은 오판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극적 영상을 우선적으로 노출해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은 마음만 먹으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 규범까지 새로 만드는 권력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은 인간이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느냐는 점이다. 능동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지닌 주체인가, 아니면 콘텐츠를 소비하고 반응하는 수동적 객체인가, 그것에 따라 기술을 통제하는 주인이 될 것인지, 기술의 지배를 받는 노예가 될 것인지가 결정된다.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려면 기능적 관점보다 철학적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는 구호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AI시스템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게 추천 시스템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윤 추구와 함께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투명한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기술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기술은 인간의 선택과 운명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검색 한 번, 추천 알고리즘 하나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유도한다. AI의 판단으로 취업, 교육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결정짓는 시대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떤 삶을 만들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기술은 삶의 조연이어야 한다. 주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버멘쉬란 그런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다. 남이 정한 삶의 틀을 따르지 않고,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존재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3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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