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지분 51%·수익성 부담에 민간 외면
공모 조건 전면 개편 가능성에 업계 촉각
[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2조5000억 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이 재입찰에서도 유찰됐다. 공모 조건에 대한 민간 기업의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사업 구조를 전면 재검토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개요. [사진=과기정통부]](https://image.inews24.com/v1/8ece17e0601144.jpg)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지난 2일부터 진행된 재입찰 마감 결과 응찰한 컨소시엄이 없어 공모가 유찰됐다고 밝혔다. 이번 재입찰은 최초 유찰 이후 공모 조건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진행됐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정부가 국내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대학·연구소·스타트업 등 국내 AI 생태계 전반에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1엑사플롭스(EF)급 초대형 GPU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은 민관이 공동으로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운영하는 방식이다. 총 사업 규모는 2027년까지 최대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공모 구조와 조건이 기업 입장에서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SPC 구조상 공공지분이 51%로 설정돼 정부가 과반의 의결권을 가지며 민간은 2030년까지 약 2000억 원을 출자해야 한다. 연대보증, 손해배상, 매수청구권(바이백) 등 각종 법적 책임도 민간에 집중돼 있어 사업 실패 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게다가 1엑사플롭스급 고성능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요 예측도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많다. 대형 수요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활용률이 낮으면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사업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모두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처럼 민간 참여를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가 1차 공모에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건을 유지한 채 재입찰을 강행하면서 2차 역시 유찰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특히 정권 교체 직후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기업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기정통부는 재공모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향후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재유찰을 계기로 사업 구조 전반을 재검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공공지분을 과반 이하로 낮추거나 민간의 의사결정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책금융 확대, GPU 공동 구매 보장, 수의계약 체결 검토 등도 논의 대상이다. 구조 자체를 SPC 중심에서 공공 인프라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공모 지침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AI 인프라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이후에도 참여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