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발전 없냐" 불만 터졌는데…'아갓탤' 찬사 쏟아진 로봇개 [영상]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 5대가 미국 방송사 N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아갓탤)'에 출연해 단체 군무를 선보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이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스팟 5대가 아갓탤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영국 록밴드 퀸의 히트곡 '돈 스탑 미 나우(Don't Stop Me Now)'가 흘러나오자 로봇개들은 일제히 몸을 흔들며 칼군무를 펼쳤다. 서로 모였다가 흩어지고, 좌우로 리듬감 있게 움직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로봇개의 머리 부분이 가사에 맞춰 립싱크를 하는 듯한 동작을 구현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35초간 이어진 완벽한 군무 도중 갑작스럽게 로봇개 한 대가 멈춰 버렸다. 나머지 4대는 침착하게 남은 1분여 공연을 마무리했고, 관객들은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심사평 시간, 보스턴다이내믹스 연구원이 무대에 등장하자 한 심사위원이 멈춰 선 로봇을 가리키며 "고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연구원은 "물론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는 '만들고, 부수고, 고친다'라는 철학이 있다"고 답했다. 그 순간 마치 연구원의 말에 반응하듯 주저앉아 있던 로봇개가 벌떡 일어서더니 못다 한 춤을 이어갔다. 관객석에서는 더욱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로봇개 한 대는 무대에 있는 진행자에게 다가갔고 마치 실제 개가 하듯 한쪽 발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며 "쏘 어메이징(So amazing)"을 연발했다.

심사위원 3명 이상에게 '합격(Yes)'을 받아야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데 로봇개들은 만장일치로 이를 통과했다.

한 심사위원은 "오히려 로봇 한 대가 멈춘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고난도 퍼포먼스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춤추는 동작에 특화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매끄럽고 감정적인 동작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를 두고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미래 산업현장에서 인간과 협업할 지능형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연이란 업계 평가도 나온다.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개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양재동에서 자주 목격됐다.

1년 전만해도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요즘 양재동 일대에 매일 로봇개 돌아다니더라"라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현대차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사용자는 "왜 이리 발전이 더디냐", "터벅더벅 걸어다니는데 시끄러워 죽겠다"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1년만에 '아메리칸 갓 탤런트'서 놀라운 칼군무 영상을 선보이며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총 11억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인수에는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정의선 회장(20%)이 공동 참여했다. 이번 인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이후 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 노력하던 2023년 당시 방한한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단 오찬 행사 때 로봇개가 이들을 안내하는 등 활약했다.

현대차는 휴머노이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를 이르면 올해 말 완성차 생산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