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어닝쇼크가 보내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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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의 실적에서 예상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치거나 뛰어넘을 때 '쇼크', '서프라이즈' 등의 용어를 쓴다. 우리말로 '실적 충격'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어닝쇼크'(Earning Shock)는 통상 영업이익이 사전 예상치에 10% 이상 미달할 때 사용한다. 반대로 실제 수치가 예상했던 것보다 10% 이상 높을 땐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깜짝 실적)다. 회계 처리상 반영해야 할 요인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큰 영향을 미쳤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미지 확대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8일 공시한 2분기 영업이익은 4조6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94%가 급감하며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 6조69억원보다 20% 이상 작은 '어닝쇼크'(실적충격)였다.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의 영향이 작용했고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반도체 사업 부진과 환율, 관세 등의 타격이 컸다. 더구나 미국의 반도체 관세 위협을 감안하면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LG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6.6%나 줄어든 6천391억원에 그쳤다.

2분기 실적 부진의 충격은 두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증권업계 전망을 보면 현대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3조7천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작년 2분기 4조2천억원보다 13%가량 낮은 수준이다. 기아도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약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도 실적이 크게 부진할 전망이고 배터리와 정유, 건설업계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 경기도 평택항의 컨테이너.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 평택항의 컨테이너.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의 분기별 수출액도 지난해 증가세를 유지하다 올해 1분기에 2.1% 감소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전체론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0.03%)에 그쳤다. 자동차 수출이 1.7% 줄었고 대미 수출은 3.7% 감소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을 감안할 때 수출 내 비중이 큰 자동차나 미국으로의 수출이 줄었다는 건 결코 좋은 징후가 아니다. 대한상의 보고서를 보면 202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이 37.6%로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다. 동맹과 교역상대국에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물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수출 부진의 골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미지 확대 트럼프 미 대통령 전화 통화

트럼프 미 대통령 전화 통화

[EPA=연합뉴스] 2017.6.27

기업실적의 침체와 수출 부진은 내수 침체와 미국 관세 충격이 겹친 탓이다. 내수 침체는 소비 쿠폰 등 경기 활성화 대책을 통해 시간을 갖고 대응한다지만 미국 관세 협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데 이어 반도체와 구리,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상호관세의 부과 시점이 내달 1일로 연기돼 시간은 벌었지만, 트럼프가 추가 연기는 없다고 단언한 데다 품목별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이 연간 100억달러의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남은 협상 기간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협상안을 제시하고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접점을 모색하는 수 밖에 없다. 관세 협상에만 국한하지 말고 조선업 협력이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나아가 방위비 등 안보 부문까지 연계하는 패키지 협상도 고려할 만하다. 기업실적과 수출은 이미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다. 미국이 던진 관세 폭탄을 피할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닝쇼크나 0%대 저성장으로부터의 탈출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9일 14시2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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