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연의 돌봄과 실버 사회] AI 돌봄 로봇이 나아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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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의 돌봄과 실버 사회] AI 돌봄 로봇이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한민국은 올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가 됐다. 돌봄 인력난이 사회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돌봄 로봇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기술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부응하듯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스마트 돌봄 사업을 추진하며 AI 로봇 보급 대수를 늘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AI 돌봄 로봇을 몇 대 설치했다’는 식의 양적 성과는 연일 홍보되지만 이 속도전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현재 보급된 로봇 대부분은 통신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통신사업자 선정 기준은 명확한가? 비용 집행은 투명한가?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고가의 로봇은 회수돼 재활용되는가?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지만 답이 불분명하다. 제도는 느리고 보급은 빠르다. 로봇 오작동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안전망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돌봄 로봇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 복지, 기술, 개인정보, 산업 정책이 교차하는 복합 영역이다. 따라서 부처별로 흩어진 사업을 하나로 조정할 국가 단위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지자체별 실적 경쟁이 아니라 돌봄 서비스의 질과 윤리, 책임 구조를 함께 점검하는 중앙 관리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로봇의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실제 돌봄의 질을 향상시켰는지 평가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와 모니터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또 로봇이 도입되면 노인과 가족, 요양보호사 간 관계와 역할이 필연적으로 재편된다.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이미 해외 일부 국가는 돌봄 로봇 도입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기술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공통된 결론은 단순하다. 기술은 돌봄의 일부를 도울 수 있지만 그 본질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돌봄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내세워 로봇을 도입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정서적·관계적 행위에서 기계적 서비스로 축소되며 돌봄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됐다.

해외에서의 경험이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돌봄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돌봄 리터러시’(Care Literacy)다. 돌봄 리터러시는 타인의 욕구와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 속에서 책임 있게 반응하며, 기술을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는 돌봄 종사자만의 전문 역량이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는 개발자와 정책을 결정하는 행정가, 그리고 돌봄을 제공하고 제공받는 시민 모두가 함께 길러야 할 사회적 문해력이다. 따라서 이제 돌봄 교육은 초·중등학교부터 시민교육의 한 영역으로 확장돼야 하며 인간의 상호돌봄, 공감적 의사소통, 기술의 윤리를 함께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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