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한자가 들려주는 '숙취'와 '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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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술을 마신 탓에 오늘 숙취로 고생했다." 이 문장에 쓰인 숙취는 잘 숙(宿)에 취할 취(醉)가 이룬 말이다. 이튿날까지 깨지 않는 취기가 '숙취'다. 숙취는 말하는 이가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오늘'까지 취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낱말 그 자체로 나타낸다. 화자는 "어제 술을 마신 탓에 오늘 숙취로 고생했다"를 "숙취로 고생했다"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한 글자를 바꾸면 다른 말이 된다. 이번엔 익을 숙(熟)을 쓴 숙취(熟醉)다. 대취(大醉), 만취(漫醉), 광취(狂醉)가 유의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뭔지 알겠다. '술에 흠뻑 취함'이다. "어젯밤에도 숙취 끝에 자정 가까이 귀가한 게 틀림없었다"(김원일/도요새에 관한 명상)는 "어젯밤에도 술에 흠뻑 취한 채 자정 가까이 귀가한 게 틀림없었다"라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 청진동 해장국 거리 (DB 자료사진)

청진동 해장국 거리 (DB 자료사진)

[촬영 조보희] 청진동 해장국 거리
(서울=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서울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 거리. 2008.7.18

두 숙취로 한 문장을 만든다. "어제 숙취(熟醉)로 숙취(宿醉)가 가시지 않아 종일 힘들었다." 어제 과음한 화자의 푸념이다. 한자가 알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더 잘 들리는 경우가 있다. 잘 들으려면 잘 뜯어봐야 한다. '취할 취(醉)'도 그런 예다. 술(酉, 원래는 酒)과 졸(卒)이 붙었다. 졸도한다고 할 때 그 졸 아닌가. 빨리 깨어나려면 해장해야 한다. 속을 푸는 것이니까 해장을 해장(解腸. 풀 장 창자 장)쯤으로 짐작해선 곤란하다. 해장은 해정(解酲)이 변하여 굳어진 말이다. '숙취 정(酲)'이 쓰였다. 이 한자에도 술(酉)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강재형, 『강재형의 말글살이』, 기쁜하늘, 2018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2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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