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에는 주기(周忌/週忌)를 쓰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주년(周年/週年)을 쓰는 거예요?
이런 질문까지 나옵니다. 주기와 주년의 쓰임새를 정확하게 알고 싶은 겁니다.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 세월호 참사 11주기, 세월호 11주기라는 최근 기사 제목만 보면 슬픈 일에는 주기를 쓴다고 일단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표현에서 주년은 아예 쓰지 못할까요? 주기는 옳게 쓰이긴 했나요?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물음이 꼬리를 뭅니다.
주기를 먼저 살펴봅니다.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뜻합니다. '내일이 할아버지의 이십오 주기가 되는 날이다'라는 예문이 보입니다. 쉽게 말해 주기는 몇 번째 제삿날(기일. 忌日)인지를 나타내는, 사람의 죽음과 직결된 낱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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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박경리 문학관에 전시된 유물들
(하동=연합뉴스) 임귀주 기자 = 경남 하동군 평사리 최참판댁 맞은편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에 생전 작가가 사용하던 돋보기와 국어사진이 진열돼 있다. 2016.10.6. 끝 (DB 자료)
다음으로 주년입니다. [어떤 일이나 단체가 시작한 날로부터 1년마다 돌아오는 해를 세는 단위]라고 사전은 풀이합니다. 일 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말이라는 겁니다. 주기와 달리 다용도로 쓰일 수 있겠습니다.
결론입니다. 세월호는 배이고 참사(慘事)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입니다. 이들 단어 다음에 주기를 쓰면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주기] 해야 맞습니다. 주년을 쓰려면 [세월호 참사 ○○주년] 해야 합니다. 세월호 ○○주년은 아예 잘못된 표현이겠고요.
OX 예문, 추가합니다.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O)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O) 모차르트 200주기(O) 모차르트 200주기 추모(O) 모차르트 서거 200주기(X).
저자 여규병은 『우리말 궁합 사전 (모르면 틀리는 한국어 단짝 표현 100)』에서 설명합니다. "주년은 기억하고 기념할 일과, 주기는 죽은 사람의 이름이나 호칭 등과 어울려야 궁합이 맞는다"고요. 간결해야 할 글도 어법을 지켜서 써야 우리말이 건강해집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여규병, 『우리말 궁합 사전 (모르면 틀리는 한국어 단짝 표현 100)』, 도서출판 유유, 2024년6월28일 전자 발행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전자책, 유통사 교보문고) / 주기와 주년의 말 궁합 서술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주기'와 '주년'의 차이 -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62&mcfaq_seq=9010&pageIndex=27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1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