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라쯔지'와 '오야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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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식당이다. 한 끼 때우며 시간 보내기에 알맞다고 봤을까. 약속 장소로 "또" 중국집을 골랐다. 만나는 곳으로 중국요리집을 자주 간다. 요즘에는 자리마다 식탁 위에 주문 기기가 있는 곳이 흔하다. 이 청요리 파는 식당도 테이블 키오스크를 뒀다. 태블릿PC 주문기가 옆에 선 채 눌러달라고 채근하는 눈치다. 얼른 시킬 요리를 장바구니에 골라 담아 '주문'을 누른다. 언제 이것을 어색해하고 버벅거렸던가. 이젠 척척 잘도 골라 잘도 시킨다. 이미지 확대 라조기 촬영 박용환 그런데 말이다. 잘될 때 꼭 안될 일도 하나씩 끼어드는 건 철칙일까. 걸림돌이 나타났다. '라쯔지'다. 라쯔지가 뭐지? 이거 시켜 말아. 이름과 더불어 주문창에 넣어둔 그림을 보고 판단하면 도움이 되겠건만 마음만 급해 다짜고짜 종업원부터 부른다. 라쯔지가 뭐예요? 일행은 그리 물으면서 한자 요리명을 짚으며 짜맞추기를 시작한다. 우리말이 서툰 그분이 만족스럽게 답하지 못한 채 식탁 앞에서 어색해하는 동안 짜맞추기를 끝내며 일행은 합창한다. 아∼, 라조기구나, 라조기! 라조기(辣子鷄)와 라쯔지. 화교의 다수인 산둥(山東)인들 발음이 우리식으로 굳어진 표기와 표준 중국어에 가까운 발음이 반영된 표기다. 쓰촨성(사천. 四川)의 대표적인 매운 닭고기 요리가 라조기다. 라조(라쯔)는 매울 랄(辣)에 아들 자(子)가 붙은 말이다. 의자, 탁자처럼 자(子)가 접사로 쓰여 '매운것'을 이른다. 바로 '고추'다. 고추 등을 넣어 볶은 닭고기(鷄. 닭 계)가 랄자계 아니던가. 탕수육, 깐풍기, 간짜장처럼 중국음식명은 발음 표기가 제각각으로 굳어졌다. 중국에서 온 화교들의 방언 발음 영향이 크다. 이미지 확대 덴프라 덮밥(덴동) [촬영 이충원] 한 끼 때우기 알맞은 곳으로 일본 덮밥집도 무시 못 한다. 우리가 비빔밥이라면 그들은 덮밥이다. 음식명에 동(丼)을 붙인다. 우물 정(井) 한 가운데 점이 찍혔다. 점이 떨어져 '동' 하고 소리를 낼 만큼 우묵 팬 그릇에 밥을 넣어 이것저것을 얹으면 '-동'이 된다. 여러 동 가운데 자가 쓰인 오야코동(親子-)이 눈에 든다. 일어로 오야코는 부모와 자식이다. 이번엔 자가 '달걀'이다. 부모인 닭과 자식인 달걀이 함께 요리된 데서 온 이름이다. 짐작하겠다. 닭고기와 계란으로 밥을 덮었겠군. 일상에서 사람들은 같은 것을 다르게 이름하기 일쑤다. 중식당, 중국집, 중국요리집, 청요리 파는 식당이 그렇고 약속 장소와 만나는 곳이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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