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칼럼]김문수, 다 버려야 잃어버린 보수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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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김건희 재등장, 국힘에 악재지만
金, 엄벌 약속해 역전타 기회로 만들어야
후보 주변 저질 무능 인물 다 후퇴시키고
단일화도 “내가 양보할 수 있다” 각오로 임해야

이기홍 대기자

이기홍 대기자
압도적 1위인데도 불안한 걸까. 또 한번 ‘확인 사살’을 한다.

이재명 후보 얘기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기여도 콘테스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윤석열 부부 얘기다.

여러 중대범죄 혐의로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교도소행 담벼락을 걸을 수도 있었던 사람에게 대통령자리행 초특급 열차를 마련해주고도, 뭔가 부족하다고 여겼을까. 수렁 속 보수 진영에 대선 막바지까지 오물바가지를 퍼붓는다.

부정선거 영화 관람을 비롯해 윤 전 대통령의 지난 수개월간 행태는 그가 최소한의 자기 객관화 능력, 즉 국민 대다수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파악하는 인지 능력이 전무한 사람임을 입증해준다.

좌파진영은 윤석열 구속 취소를 결정한 판사를 공격하는데, 문명국에서 이런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어이없지만, 윤 석방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모르는 좌파진영의 판단 능력도 어이없다.

판사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윤석열 석방은 보수진영을 다시 윤석열 수렁에 빠뜨리는 메가톤급 피해를 입혔다. 만약 윤 부부가 지금 감옥에 있다면 윤 부부의 폐해는 과거지사가 되고, 대선 프레임도 바뀌었을 것이다.

남편의 권력을 방패막이로 사법처리를 피해왔던 김건희 여사는 ‘파우치’ 수준으로 구설에 오른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제 대형 뇌물의혹 사건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선거 막판까지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윤 부부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지만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기여도의 상위권에는 권영세 권성동도 올라 있다. 계엄세력과 단절하지 못한 죄과에 추가해 한덕수-김문수의 단일화라는 과제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심야의 후보 강제 교체라는 황당하고 비이성적인 결정이 없었다면 결국에 단일화는 가능했을 것이다. 두 권 씨는 단일화 약속을 어긴 김문수에게 경쟁자 자동 제거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런 ‘뻘짓’의 장본인들이 참회와 정계 은퇴는커녕 반성 한마디 없이 여전히 행세하고 다니는 걸 보는 국민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더구나 후보 옆에 김재원 차명진 등 온건 보수들 사이에서 고약한 평판을 받는 인사들이 최측근으로 행세하는 걸 보면서 보수는 무슨 희망과 의욕을 갖겠는가.

지금 국민의힘은 좀비정당 그 자체다. 무엇 하나 합리적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국민 눈에는 너무도 자명하게 보이는 활로(活路)를 고집스레 외면하며 굳이 망하는 길을 찾아 들어가는 것도 신기하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공중분해시켜 달라고 읍소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바닥에 처한 국힘의 상황, 내부 종양들의 존재는 한편으로는 김 후보가 문제해결사, 개혁가로서의 존재감을 높여 역전타를 날릴 기회가 될 수 있다.

윤 부부가 다시 뉴스에 등장한 건 악재지만 신속하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면 반전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이재명보다 먼저 더 강하고 확실한 의지로 윤 부부를 질타하고 엄정한 사법처리 의지를 밝혀야 한다. “김문수가 되면 다 봐주는 거 아냐?”라는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 윤 부부가 몇 달째 조용한 상태였다면 뜬금없는 비판이 주저됐을 수도 있겠지만 윤 부부 스스로 이슈로 등장해준 절호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간적 의리 운운은 난센스며, 국민과 역사에 대한 정치인의 도리, 책임의 방기다. 과거 독재와 불의에 항거했던 결기로 보수의 종양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후보 주변과 선거운동의 전면을 합리적 개혁적 얼굴들로 채워야 한다. 권성동 권영세 김재원 같은 낡고 무능한 보수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등 돌린 수백만 온건보수와 중도의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 이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역대 최대 참패를 당할 수 있다.

설령 결국 뒤집지 못하는 경우에도 지는 게 다 똑같은 게 아니다. 만약 수백만 표 차가 나면 민주당은 국민 절대다수의 위임을 받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묵살할 것이다. 지난 2년간 거부권이 행사된 온갖 이념성향의 법안들뿐만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 대북제재 완화 시도, 사법체계 대개조 등등 좌파 숙원 어젠다들이 추진되고, 수십년간 불문헌법처럼 지켜져 온 상식과 가치, 유무형의 인프라들이 흔들릴 수 있다.

이재명이 재판 받아 온 혐의들을 무죄로 만들어버리는 법률도 통과될 것이다. 권력자 1인을 위해 법을 마음대로 바꾸는 사회, 즉 중세 절대 왕조시대에서도 가장 질이 안 좋았던 장면으로의 퇴행이다.

김 후보는 절박한 소명의식을 갖고 남은 11일간 정말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부족한 당내 지분에 얽매여 친윤과 아스팔트 세력의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이준석과의 단일화도 김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러겠다는 진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 지금은 단일화 효과가 그리 커보이지 않지만 양측이 정말 자신의 모든 걸 버리는 모습을 보여줘 단일화가 성사되면 그 효과는 지금의 계산과는 달라질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비우면 길이 보이고 국민이 감동한다.

김문수는 범부(凡夫)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존경스러운 삶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상식을 가진 국민 누구에게나 훤히 보이는 활로를 외면하다 참패한다면 대선 출마는 그의 인생경력에 큰 오점을 남길 것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잠깐 등장해 우물쭈물하다 보수 궤멸의 돌탑에 마지막 돌을 얹은 인물 정도로 희미하게 기억될 것이다. 독재에 저항하고 고문에 굴하지 않았던 그 용기와 결단력, 희생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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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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