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PD (전 국회사무총장)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이 다시 세상의 대변혁을 몰고 오고 있다. AI, 양자컴퓨팅, 반도체, 바이오, 클린 테크 등으로 세계 자본이 몰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을 통해 수백조 원을 투입한다. 중국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AI 굴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우디·UAE 같은 자원 부국은 석유 자금을 미래 기술로 돌리고 있고, 싱가포르와 노르웨이는 국부펀드를 통해 장기 전략을 추진한다. 세계는 지금 투자 전쟁, 기술 전쟁, 인재 전쟁에 들어섰다.
한국은 어떤가? 세계 3위 규모의 국민연금을 보유하고, 한국투자공사(KIC)도 운용 자산이 300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운용 성과를 보면 아쉽다. 국민연금은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지만 전략 기술 투자 비중은 미약하다. KIC는 국부펀드로서 존재하지만, 규모와 위상에서 노르웨이·싱가포르·중동 펀드에 한참 못 미친다. 무엇보다 기술 우위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기보다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은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국부펀드다. 초기부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아시아 빅테크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지금은 AI, 전기차, 클린테크, 헬스케어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넣는다.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혁신 생태계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노르웨이 정부연금펀드(GPFG)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글로벌 기업 9천여 곳에 투자하면서도 철저히 ESG와 투명성을 지킨다. 규모의 힘으로 미국 빅테크에 장기적 자본을 공급한다.
사우디 PIF는 Vision 2030의 핵심 엔진이다. 루시드 전기차, 네옴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에 대담하게 베팅하며 국가 전환을 이끈다.
이 세 가지는 공통으로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국가 미래 전략과 직결된 투자라는 점에서 배울 가치가 있다.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단순한 금융투자를 넘어 국민 자산을 전략 기술로 전환하는 대담한 도전이 필요하다.
첫째, 전략 국부펀드 신설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3위 규모지만 안정적 운용에 머물고 있고, KIC는 글로벌 국부펀드와 비교하면 규모도, 영향력도 부족하다. 이제는 별도의 '한국형 테마섹'이 필요하다. 초기 100조 원 규모로 출범시켜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바이오, 6G, 우주, 그린에너지에 집중해서, 단기 수익률보다 10년 뒤 기술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국부펀드와의 공동 투자다. 한국의 자본만으로는 세계적 기술 패권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 싱가포르·노르웨이·사우디·이스라엘 등과 합작 펀드와 기술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 펀드는 단순한 금융 연합체가 아니라 세계 기술 동맹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셋째, 운용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다. 국민연금은 정치적 논란에 자주 휘말렸고, KIC는 글로벌 IB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새로운 전략 펀드는 출범 단계부터 정치적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성과뿐 아니라 실패 사례까지 공유하며 국민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
넷째, 산업·연구와 직결된 투자여야 한다. 투자 대상에는 '인재'도 포함된다. 단순히 해외 주식에 자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한국 대학·연구소·기업이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의 핵심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 기술 허브 모델 제시다.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인프라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아시아 기술협력의 리더가 될 때 세계적 협력도 확대된다.
국부펀드 운영국과 정상회담을 열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한국계 글로벌 금융 전문가를 영입하고, 주요 국가 대사관에 기술 부대사를 두어 글로벌 기술을 흡수하고 협력하는 촉수를 키워야 한다.
손정의 회장은 중동 국가 펀드의 자금을 받아 AI에 투자했다. 한국도 'AI 선도국가'를 내세우며 국가 펀드를 추진 중이다. 정부·국부펀드·민간이 함께 세계적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한국이 기술 인재를 유치하고 블랙록 같은 거대 자본과 결합한다면, 아시아의 새로운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블랙록 회장을 만나 MOU를 체결한 것은 아주 멋진 전략이다. 나라별 국부펀드의 특성을 이해하고 윈-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청와대 근무 시절, 싱가포르와 세계 자본시장을 연구한 끝에 한국 국부펀드(KIC)가 탄생했다. 또 세계 금융의 흐름이 연기금의 주식 투자에 있다는 점을 파악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IT와 금융이 만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주가가 7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3만 달러, 싱가포르는 9만 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GDP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러나 여전히 기회는 있다.
거두절미하고, 전진 앞으로!
이광재 PD (전 국회사무총장)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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