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베테랑의 가치…키움 플레잉코치 이용규의 '예술 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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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1군 엔트리 등록돼 4타수 2안타 1볼넷 맹활약

이미지 확대 1군 복귀전에서 2안타 활약을 펼친 이용규

1군 복귀전에서 2안타 활약을 펼친 이용규

[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용규(39)는 현재 KBO리그 등록 선수 가운데 유일한 '플레잉 코치'다.

KBO리그에서 워낙 보기 드문 사례다 보니, KBO 사무국은 이용규 신분에 관한 전산 처리에 애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키움 구단이 이용규의 플레잉 코치 선임을 발표한 것이 지난달 18일인데, 이용규의 코치 엔트리 등록은 24일에야 이뤄졌다.

KBO 사무국 전산 시스템이 '선수 신분을 유지하면서 코치로 등록'하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한동안 1군 엔트리에 코치로만 올라가 있던 이용규가 지난달 30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올 시즌 처음으로 '선수' 등록이 됐을 때도 혼선이 있었다.

KBO 사무국은 경기에 앞서서 매일 선수나 코치의 엔트리 이동을 공지하는데, 이용규가 코치에서 말소돼 선수로 등록됐음에도 '코치 말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 홈에 들어와 득점에 성공한 이용규

홈에 들어와 득점에 성공한 이용규

[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또한 '전례가 없던' 이용규 사례를 둘러싼 전산 시스템상 혼선이다.

이러한 복잡한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이용규는 스스로 "여전히 난 선수"라고 말한다.

지난달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플레잉 코치로 한다고 해서 은퇴 계획을 세운 건 아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 내년에도 선수로 뛰고 싶다"고 밝혔던 그는 올 시즌 처음 선발로 출전한 날 가치를 입증했다.

이용규는 롯데를 상대로 1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 2득점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5회 보여준 번트 안타는 왜 이용규가 오랜 시간 국가대표 붙박이 1번 타자로 활약했는지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이용규는 롯데 선발 박세웅의 2구에 기습 번트를 시도해 2루수 앞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타자가 기습 번트 자세를 취하면, 수비하는 쪽에서는 자연스럽게 1루수가 타구 처리를 위해 앞으로 달려오고 2루수는 1루에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다.

이미지 확대 2루 도루에 성공한 이용규

2루 도루에 성공한 이용규

[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용규는 이러한 수비 시스템의 허점을 찌르고자 2루수 쪽으로 길게 번트를 댔고, 롯데 2루수 고승민은 1루 쪽으로 향하다가 역동작에 걸려서 제대로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삼진으로 물러난 1회 첫 타석도 1번 타자로 교과서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용규는 볼은 골라내고 스트라이크는 계속 파울로 걷어내며 선발 투수 박세웅을 괴롭혀 9개의 공을 던지도록 했다.

또한 3회에는 3루수 쪽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쳐 통산 397호 도루를 기록했다.

통산 2천134안타를 때린 이용규는 도루 3개만 추가하면 전준호에 이어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2천안타-40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01일 14시1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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