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성량 뽐낸 싱어송라이터 레이…잔나비·레이니도 무대
국내외 아티스트 60팀 출연…올림픽공원서 내달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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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최주성]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지금 당신을 짜증 나게 하고, 미치게 하는 것들을 전부 마음에서 끌어올리세요. 그리고 이 큰 음악 소리에 맞춰 다 털어버려요!"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무대에 오른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가 끌어모았던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하자, 관객들의 양팔도 그를 따라 하늘로 솟구쳤다.
하늘거리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경쾌한 춤사위를 선보이는 레이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한 주의 걱정을 모두 잊고 금요일 저녁을 오롯이 즐기기 시작했다.
레이는 이날 개막한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출연해 "재즈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 늘 재즈 페스티벌 출연을 꿈꿨다"며 "최고의 공연을 만들 테니 최고의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과 팝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총 60개 팀이 88잔디마당, KSPO돔, SK핸드볼경기장 등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무대를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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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커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축제를 통해 처음 내한한 레이는 지난해 영국 대중음악 시상식 '브릿 어워즈'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가수다. 최근 블랙핑크 리사의 '본 어게인'(Born Again)을 피처링하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첫 곡 '오스카 위닝 티어스'(Oscar Winning Tears)부터 풍성한 성량을 뽐냈다. 마이크 선을 한쪽 어깨에 걸어두고 노래를 부르는 특유의 습관도 보여줬다.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특성을 살려 트럼펫, 색소폰 등 금관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밴드 편성도 인상적이었다. 금관악기들이 큰 소리로 저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레이의 시원한 고음이 치고 나오며 청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더 스릴 이즈 곤'(The Thrill is Gone)에서는 "노래를 극적으로 끝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한 뒤 곧장 무반주로 후렴을 가창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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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과거 자신이 경험한 성범죄 피해를 소재로 한 노래 '아이스크림 맨'(Ice Cream Man.)에서는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며 울림을 남겼다.
그는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이자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라며 "슬픈 현실을 치유해 준 것은 음악이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유사한 일을 겪은 이들이 있다면 이 노래가 포옹처럼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중한 금관악기 연주를 내세운 곡들을 들려주던 레이는 후반부 '블랙 마스카라'(Black Mascara), '이스케이피즘'(Escapism.) 등 경쾌한 하우스 음악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무대를 즐겨줘서 감사하다. 곧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무대를 마쳤다.
뒤이어 KSPO돔에서 공연을 펼친 밴드 잔나비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서 '전설', '정글'(Jungle) 등의 대표곡을 들려주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대표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에서는 관객들이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극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페스티벌 첫날 마지막 무대는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과 팝 밴드 레이니가 장식했다.
88잔디마당 무대에 선 워싱턴은 색소폰 연주에 힙합 음악을 믹싱하며 박자감이 두드러지는 즉흥 연주를 선보였고, 레이니는 KSPO돔에서 '유!'(you!), '엑스 아이 네버 해드'(ex i never had) 등 대표곡 무대로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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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88잔디마당은 오후부터 돗자리를 펼쳐놓고 공연을 즐기는 음악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관객들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에 양산과 선글라스로 피부를 가리고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눈으로 담는 모습이었다.
연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지인(30)씨는 "돗자리를 깔고 음식도 먹으며 일반적인 공연과는 다르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축제의 매력"이라며 "보고 싶은 가수의 출연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있어 아쉽지만, 최대한 즐기며 3일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진다. 31일에는 유명 베이시스트 썬더캣과 김윤아 등이 출연하며 1일에는 제이콥 콜리어, 밴드 타워 오브 파워 등이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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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30일 22시1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