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가 속에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金)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자 은(銀) 시세 역시 덩달아 뛰면서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1980년 세계 은 파동 당시 역사적 고점을 뛰어넘어 온스당 50달러대 중반에 육박하기도 했다.
심지어 가격 상승률에선 은이 금을 압도한다. 올해 들어 거의 배 가까이 상승 중이다. 투자 대상으로만 보면 금의 자리를 빼앗을 위치에까지 오른 것이다. 현물 시장에선 골드바뿐 아니라 실버바도 동 났다고 한다. 금의 화려함에 가려졌던 은의 전성시대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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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상승률에서 은이 금을 제친 건 우선 금보다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반영돼서다. 금에 비해 은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를 수치로 보여주는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은 현재 80대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인 60을 많이 웃돈다. 아직도 가격 상승 여지가 많다는 뜻인 만큼 투자 심리를 계속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충돌 같은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금리 하락 추세와 고평가된 주식 등으로 인해 현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느는 가운데 이제 투자자들은 금만큼이나, 또는 금 이상으로 은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부의 상징인 금만큼 반짝이는 귀금속은 아니지만, 현시점만 보면 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은 수요는 계속 느는데 공급은 부족한 상태라는 점도 은값 상승 여력을 키우고 있다. 은은 산업재료로 가치가 높고 용처도 점점 광범해지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서버, 각종 통신장비와 전자제품, 신재생 에너지 관련 장치, 첨단 의료기기 등을 제조하는 데 은은 필수 소재로 쓰인다.
이처럼 수요가 폭증하는 바람에 은은 최근 수년간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져 왔다. 특히 채굴과 생산 조건의 제한 때문에 가격이 폭등해도 거기에 맞춰 공급량을 즉각 늘리기 힘들다. 앞으로 5년간 공급 부족량이 연평균 2억 온스를 넘을 거란 전망이 많다.
다만 오랜만에 금마저 무색하게 한 은의 전성기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공급이 달리고 산업 수요가 느는 것은 지속적인 상승 요인이긴 하나 지정학 리스크와 달러 약세 같은 외부 변수는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의 폭발적 인기에 추격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은이 금보다 역사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높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전히 저평가된 안전자산이며 아직도 가격 상승 여력을 지녔다는 분석이 대세이지만, 그렇더라도 항상 투자는 신중하고 지혜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은 투자에 지금 뛰어들려는 초보라면 분할 매수, 금을 적절 비율 매입해 위험을 나누는 분산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포함한 은 기반 금융상품 투자 등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19일 06시59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