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네팔 친중정권 붕괴에 반중정서 확산 우려…일대일로 타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네팔의 오랜 친중 연립정권이 무너지면서 중국의 대외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사태가 인근 친중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미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친중 국가들에선 반정부 시위 등에 따른 정정 불안이 이어져 왔다. 네팔 사례가 도화선으로 작용해 역내 친중 정권 붕괴가 도미노처럼 잇따를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 역내 급격한 영향력 상실을 뜻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에 걱정이 가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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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국민이 몰아낸 네팔 친중 정권은 무능과 독선으로 민생을 파탄에 빠뜨린 데다 부정부패까지 만연해 민심을 잃었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한 게 나랏빚을 크게 늘리고 경제난을 가중했다. 이런 이유로 국민 사이에 반중 정서가 급격히 커졌다고 한다. 주목할 부분은 네팔에서 보였던 문제들이 현재 정정이 불안한 인근 친중 국가들에서 똑같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경제난과 민생고 심화, 일대일로 사업 참여에 따른 부채 급증 등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네팔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한다.
과거 '아랍의 봄'(Arab Spring)이 떠오른다.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독재국가와 군주국들에서 반정부 시위와 정권 전복 기도가 연쇄적으로 일어났던 현상을 일컬었던 용어다. 결과적으론 민중의 바람이 실현되진 못했다. 튀니지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 민주화에 실패했고 여전히 내전이 지속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강력한 왕이나 군부가 통치하는 이들 지역에서 민심의 강력한 저항이 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주요국 정보기관들은 이번 네팔 사태 역시 인근 나라들에 영향을 주는 불씨로 작용하며 '아시아의 봄' 물결을 일게 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대일로 참여를 통해 '중국 주도 세계 질서'에 판돈을 건 국가들은 몇 년 전부터 '일대일로의 덫'에 걸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요지는 중국이 저개발 빈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주요 인프라 확충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 입장에선 돈까지 빌려주며 개발을 도와준다니 구미가 당기지만, 서방에선 중국이 지정학적 거점국들을 장기 채무자로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의심해왔다. 실제 일대일로 참여국들은 '빚의 수렁'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호주 로위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75개 빈국이 올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220억 달러의 부채를 상환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차관 규모는 갈수록 작아지지만, 채무국들의 부채 상환액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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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 상태인 네팔이 당장 중국에 거액을 상환할 능력은 없다. 하지만 만일 친인도 정권이나 반중 정권이 들어설 경우 과거 육로 봉쇄 사태 이후 악화했던 인도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인도의 재정 도움을 받아 일대일로 참여를 접는 시나리오가 고려될 수도 있다. 인도는 숙적 중국이 야심 차게 진행 중인 일대일로를 미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는 일대일로에 맞서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네팔의 일대일로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베트남 등 몇 년 새 반중 정서가 커져 온 다른 참여국들도 동요할 수 있다. 미국과 인도 등은 이런 허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양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일대일로가 시험대에 올랐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18일 07시1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