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위믹스 2차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위메이드가 아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위믹스는 다음달부터 이들 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위메이드가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닥사 소속 4개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위믹스 측은 지난 2월28일 암호화폐 지갑 해킹으로 90억원어치 위믹스 코인을 탈취당한 사실을 나흘이 지나 공지한 바 있다. 닥사는 늦은 공지와 해킹사고 원인에 대한 소명 부재를 문제 삼고 지난 2일 위믹스를 상장 폐지하기로 했다.
이후 위메이드는 닥사의 일방적인 상장폐지 결정이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유의거래종목 지정 이후 수차례 닥사 측에 소명자료를 제출했는데도 닥사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구체적인 근거를 알리지 않아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지난 23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위메이드는 해킹의 불가피함을, 닥사는 해킹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위메이드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례를 들면서 "해킹은 대기업, 국가기관, 채무자와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피하기 어려운 사고"라고 주장했다. 해킹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닥사는 나흘이나 지연된 해킹 안내 공지를 지적하면서 "보안 사고는 당연히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 사항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닥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위메이드는 이 사건 해킹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4일이 지나 위 사실을 공시했으므로 위믹스 코인에 관한 중요사항을 성실하게 공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위메이드가 이 사건 해킹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믹스는 위믹스 코인 시스템에 대한 최초 침투 경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이는 불충분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인해 공격자의 접속 기록이 일부 누락됐다. 사전 공격 행위의 탐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위믹스 생태계 성장에 대한 의지와 신념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위믹스 측은 빠른 시일 안에 다음 달 2일 거래 종료와 오는 7월 2일에 예정된 출금지원 종료에 관한 단기 계획을 안내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가 법적 대응이나 재상장 계획은 아직 논의 중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법적 대응 등은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며 "사업 지속성을 검토했을 때 추후에 재상장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위믹스 투자자들은 공식 커뮤니티에 위믹스 홀더들의 혜택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위믹스 장기 보유가 단순한 인내가 아닌 명확한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믹스 공식 커뮤니티는 닥사의 재상폐 결정 이후 위메이드가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공식 커뮤니티는 국민신문고와 같은 역할이라며 300명의 투표를 받은 글은 공식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위메이드가 섣부른 법적 대응에 나서거나 재상장을 추진할 경우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지금은 위믹스 투자자들에 대한 주주보호 대책을 찾아 그들과 신뢰 관계를 쌓는 게 최선"이라며 "3번째 상장은 어려울 수 있으며 새 정부가 들어서도 P2E 게임은 국내에서 여전히 긍정적으로 검토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위메이드가 숨 고르기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