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님' 영미 의회의 예법, 한국은 2대국회 때 등장
미국은 '젠틀맨/우먼'→'멤버'로, 호칭에 존중과 배려 담겨
한지아, 강선우 '존~님' 표현 제동…"상식적" vs "부적절"
국회의원들 스스로 '존경 대상'인지 자문해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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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 양측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2019.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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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존경하는 O의원님'(줄여서 존~님)은 국회 공식 석상에서 의원을 지칭할 때 쓰는 의례적 표현이다. 제1대 제헌국회(1948.5월~1950년 5월) 때 제정된 국회법에 '의원 상호 간에 경어를 쓴다'는 규칙이 있었고 제2대 국회 회의록에 '존~님'이란 표현이 등장한 점으로 미뤄 헌정사와 궤를 같이하는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일본 국회에서 상대 의원을 부를 때 경어 없이 이름 뒤에 '군'(君)을 쓰는 걸 보더라도 '존~님'은 서구에서 건너온 예법임이 틀림없다.
미국 의회에서 우리의 '존~님'에 해당하는 말로는 명예와 위엄을 지닌 분을 뜻하는 '아너러블'(honorable), '디스팅귀쉬트'(distinguished)가 있다. 하지만, 이는 공식 문서와 의원 소개 때 쓰는 표현이고 국회 발언 중에 동료 의원을 가리킬 때는 '젠틀맨'(gentleman)과 '젠틀우먼'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다 2021년 민주당이 하원에서 '그/그녀' ,'아들/딸' 같은 남녀 성구분적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관련 규칙을 만들면서 '젠틀맨/젠틀우먼'을 '멤버'로 부르는 이가 늘고 있다. 단어야 어찌 됐든 호칭 뒤에는 존중과 배려를 담아 동료 의원의 지역구를 덧붙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미국에서 건너온 '존~님'은 한국에선 경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본래 의미가 변질됐다. 국회에 출석한 정부 당국자가 의원 질의에 답할 때 서두에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된 지 오래인데, 근래들어선 여야가 상대당 의원에게 시비를 걸거나 정부 당국자가 의원의 발언을 제지할 때 사용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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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민주당 현역 의원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존~님' 표현에 제동을 걸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의원은 강 후보자가 "존경하는 의원님께서"라고 운을 떼며 보좌관 갑질 의혹을 해명하려 하자 "저를 존경하지 마세요. 저를 존경한다는 말이 제겐 모욕적"이라고 면박을 줬다.
존경하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한 의원의 말은 당연히 이치에 맞다. 하지만, 한편에선 의회의 관행을 말싸움 소재로 삼아 동료 의원에게 핀잔을 준 건 선을 넘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야가 싸울 땐 싸워도 무대 뒤에선 화해하고 머리를 맞대는 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평소에도 서로 소 닭 보듯 하며 상종 못 할 사이로 일관하고 있다. 이럴 바에는, 한지아 의원의 지적대로 빈 말이라도 '존경한다'고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이 존경받을 사람인지를 자문해본다면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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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한 뒤 국민의힘 소속 이인선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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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7일 06시3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