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현수]‘과학을 아는 자본’이 절실한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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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장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취재차 찾았던 적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이오·제약사 숫자만큼 많은 금융사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는 점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뒤편으로 이어지는 학구적인 과학의 거리 곳곳에 들어선 벤처캐피털(VC)의 존재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혁신에는 기다리는 돈이 필요하다’는 명제가 납득이 갔던 현장이었다.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검증한 뒤 오랜 실패의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자본과 인재의 결합이 혁신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美 바이오의 ‘검증하고 기다리는 자본’ 잊고 있던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가 떠오른 것은 최근 세상을 놀라게 한 암 치료 신약 발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가 낳은 대표 기업 모더나는 지난달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개인맞춤형 암 백신 ‘인티스메란’이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후기 임상에서 첫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이후 존재감이 희미해진 모더나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순간이었다. 구체적 임상 데이터 공개 등 관문이 남아 있지만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비슷한 시기에 췌장암을 겨냥한 신약 ‘라손큐’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라스(RAS) 신호를 차단하는 표적항암제로, 임상에서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두 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을 만든 기업은 설립 11년 차 미국 바이오기업 레볼루션 메디신스다. 모더나와 레볼루션 메디신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막대한 연구비로 현재 적자 상태다. 그런 두 회사의 성장 뒤에는 ‘과학을 아는 자본’이 있었다. 모더나를 탄생시킨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은 단순한 VC가 아니다. 내부 과학자들이 직접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아예 회사를 만들어 경영진까지 찾아주는 ‘컴퍼니 빌더형’ 투자회사로 꼽힌다. 레볼루션 메디신스 역시 컴퍼니 빌더형 VC인 서드록벤처스가 창업을 도왔다. 이들 투자사는 과학자와 의사, 신약 개발 전문가들을 내부에 두고 학교와 연구소에 잠든 기술의 사업성을 직접 가려낸다. 자본이 돈만 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옥석을 가리는 것이다. 전문 투자자들이 먼저 위험을 분석해 투자하고, 그 판단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기관과 개인 자금이 뒤따른다. 10년 넘게 실패를 견뎌야 할 기술이 결국 신약으로 빛을 볼 수 있게 된 배경이다. K바이오 성과 흔드는 ‘작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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