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출신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세계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궤적을 남겼다. 그의 여정은 어떤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했다. 2010년, 그는 정부에 의해 영화 제작 및 시나리오 집필, 언론 접촉 등 모든 창작 활동이 금지됐다. 당시 이란 정부는 그의 작품이 체제 비판적이라 판단했고, 이를 이유로 20년 활동 금지와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자파르는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집 안에서 자신을 담은 영화를 찍었다.
그의 영화는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 인간 보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지지를 받았다. '택시'에서는 이란 사회 곳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시대의 단면을 드러냈고, '3개의 얼굴'에서는 여성의 억압 현실을 은유적으로 포착했다.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파르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자파르 파나히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박성호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먼저 낭보를 전했다. 그는 "지난 밤 자파르 감독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이 프랑스에서 아카데미상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론토와 부산을 거쳐 수백 개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고 있는 바쁜 와중에도 부산을 찾아주셨다. 황금종려상을 받고 곧바로 오신 경우는 처음"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게 돼 기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곧바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과 관련한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아카데미에서는 특정적인 프로그램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 폐쇄적인 국가들, 예를 들어 이란이나 중국 같은 경우 영화가 아카데미에 출품되려면 정부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저 같은 독립 영화 제작자들에게 이런 규정은 큰 걸림돌이 된다. 이번 작품은 프랑스와 공동 제작됐기에 출품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 '오프사이드'를 만들었을 때 소니픽처스가 배급을 맡아 아카데미 출품을 원했지만, 자국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결국 불가능했다. 개봉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소니가 출품을 포기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독립적인 영화 제작자들이 연대해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사회적인 영화 제작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저는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 시절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택시'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말하고 싶은 건,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고, 반드시 아이디어를 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저항의 정신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농담 섞인 진심을 드러냈다. "영화를 만드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내가 저를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큼 영화는 제 삶 그 자체다. 무엇을 다음에 만들지 고민할 때가 가장 힘들지만, 영화인이 영화를 만들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로부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그는 이란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했다. "이란에서는 영화를 만들려면 정부 부처에 각본을 제출하고 검열과 수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곧바로 문제에 직면한다. 함께 작업한 각본가는 징역형을 살았고, 최근에야 풀려났다. 많은 영화인들이 삶의 일부를 감옥에서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 역시 정치적 억압을 받아왔지만, 결국 어떻게 살아남을지, 무엇을 목표로 영화를 만들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이후 세계 영화계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 대한 질문에 "관객을 쫓는 영화와 관객이 따라오는 영화, 두 가지가 있다. 영화 산업의 대부분은 관객을 쫓지만, 다른 유형의 영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작자들은 자신이 어떤 길을 택할지 결정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는 "제가 1회 때 참가하고 돌아가면서 이 영화제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었다. 이제 그 잠재력이 현실이 됐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제작자들은 더 많은 기술과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혁신적인 영화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파르 감독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은 오는 10월 1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다. 프랑스에서도 같은 날 개봉하지만 시차상 하루 빠른 일정이다. 그는 "한국 배급사와 유통 관계자들이 힘써 주셔서 많은 관객이 제 영화를 접하길 바란다. 이 영화를 본다면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올해 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 '어쩔수가없다'를 비롯해 328편의 작품을 26일까지 선보인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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