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잘 지내셨어요. 저 수광이에요. 갑자기 제 목소리가 들려서 놀라셨죠. 엄마 아빠가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가신다고 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깜짝 편지를 써봐요. 제가 가족의 곁을 떠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네요."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아들의 목소리로 음성편지를 받은 부모는 연신 손수건과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가족 곁을 떠난 아들이 약 1년 만에 전한 진심이 흘러나오자 이를 함께 들은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
LG유플러스는 16일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의 목소리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음성합성(TTS) 기술을 활용해 고인의 목소리를 복원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제로샷 기반의 최신 TTS 기술을 활용했다.
고인의 음성편지는 소방청이 순직소방관 부모를 위해 준비한 '마음치유 여행'을 통해 전달됐다. 소방청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순직소방관 부모 17명과 3박4일간 일본 사가현으로 여행을 떠났다. LG유플러스가 복원한 고인의 음성편지는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흘러나왔다.
고인의 목소리로 제작된 음성편지를 들은 순직소방관 부모들 모두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목소리를 듣던 한 부모는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울었다.
LG유플러스는 공공안전종사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회사는 AI 기술을 공공안전종사자를 위해 활용하겠다는 사회공헌 목표에 따라 소방청과 다양한 협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복원된 순직소방관의 목소리는 한두 문장만으로 구현됐다.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개인화 TTS 기술은 적은 문장으로도 목소리를 동일하게 제작할 수 있다. 일반적인 AI 기술로 사람의 목소리를 생성하려면 수백에서 수천 문장에 달하는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소방청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김 소방장의 음성편지 영상엔 "엄마 아빠하자마자 눈물이 났다", "기술의 순기능", "소방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살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명섭 LG유플러스 ESG추진팀장은 "순직소방관들이 자랑스러운 자식으로 기억되고 이들의 부모님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LG유플러스는 AI 기술로 밝은 세상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