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알사탕' 원작자 백희나 "영화 속 그대로인 동동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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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작…PD "원작 보고 충격, 회사 설득해 만들어"

올봄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라…"상보단 완성도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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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참석한 백희나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알사탕' 시사 간담회에서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23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알사탕' (주인공 동동이의) 모델 역할을 했던, 저에게 영감을 줬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금은 고3이 됐어요. 그런 동동이가 영화 속에선 아직 그대로인 걸 보니 굉장히 고맙고 반갑습니다."

일본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알사탕'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는 23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작품을 본 소감을 말했다.

'드래곤볼', '소년탐정 김전일' 등을 선보인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백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바탕으로 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놀던 아이 동동이가 신비한 힘을 가진 알사탕을 얻은 뒤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는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간다.

백 작가는 "제가 그린 작품 주인공의 목소리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애니메이션에서 동동이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됐다"며 "마치 제가 알사탕을 먹고 동동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 같아 감동했다"고 말했다.

'알사탕'은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490만 관객을 동원하며 농구 열풍을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를 제작한 곳이다.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PD)는 일본의 한 출판사로부터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추천받아 읽은 후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클레이 기법(점토를 이용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의 그림체와 스토리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며 "단편이라 상업성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싶어서 회사를 설득했고 영화제에도 출품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알사탕'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 내한

'알사탕'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 내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알사탕' 시사 간담회에서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백희나 작가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한 일본 애니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25.5.23 scape@yna.co.kr

백 작가는 "토에이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제작 제안이) 굉장히 기뻤지만, 쉬워 보이고 싶지 않아 염려되는 부분을 먼저 말씀드렸다"며 웃었다.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원한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하면 그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CG로 모델링을 해서 먼저 보여주겠다. 그게 마음에 든다면 허락해달라'고 하시더군요. 모델을 만들기까지 거의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백 작가는 토에이가 만든 모델에 피드백을 해줬고, 토에이는 그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한국어로 된 시나리오 역시 일일이 백 작가에게서 감수받았다고 한다. 백 작가가 "원작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느껴졌다"고 말한 이유다.

와시오 PD가 캐릭터를 만들며 신경 쓴 또 다른 부분은 동동이가 일본 어린이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무의식중에 일본 아이처럼 만들면 어쩌나 걱정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아이의 분위기를 낼 수 있을지 충분히 논의했다"며 "애니메이션 로케이션 역시 실제 한국 동네를 배경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백 작가 역시 한국 어린이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작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며 혹여라도 일본 오리지널 작품이란 오해를 받을까 염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기 위해 제작진들이 굉장히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며 "원작을 깊이 이해하려고 한글 공부까지 하셨다"고 말했다.

와시오 PD는 "평가는 (관객) 여러분께 맡겨야겠지만, 여러 나라에서 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간 걸 보니 원작을 잘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며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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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알사탕'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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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알사탕'은 지난해 뉴욕 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단편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선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외신으로부터 감동적인 스토리와 따뜻한 그림체로 호평받았다.

백 작가는 "제 책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어서 감독님, 프로듀서님 등 제작진에게 '내 몫은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책을 만들 때도 수상보다는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고 했다.

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3일 14시5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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