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방어막 허무는 신개념 항암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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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로 수익을 내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박재홍 동아에스티 사장(사진)은 “R&D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전략적 투자처이자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9일 밝혔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에 성공한 박 사장은 올해로 취임 3년 차를 맞았다. 그는 기존 저분자 화합물을 넘어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표적단백질저해제(TPD) 등 신규 모달리티로 R&D를 확장하고, 사업화가 임박한 외부 후보물질을 적극 도입해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조기 사업화

암세포 방어막 허무는 신개념 항암제 나온다

동아에스티는 2022년 911억원이던 R&D 비용이 2023년 1081억원, 지난해 1347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3년 ADC 전문기업 앱티스를 인수한 데 이어 TPD, 유전자치료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임상에도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박 사장이 R&D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는 이유다.

박 사장은 R&D 투자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흔히 오픈 이노베이션을 투자라고만 생각하지만 허가를 목전에 둔 외부 물질을 도입하면 소규모 추가 임상(가교 임상)으로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해 빠르게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의약품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 규모의 해외 제약사 제품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독점 판권 의약품을 중심으로 영업조직을 활성화해 여기서 창출된 수익을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약 기업으로 도약

동아에스티의 신약 후보물질은 총 38개로, 이 중 주력 분야는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다. 선도 후보물질은 시장에 경쟁 약물이 없는 항암제 ‘DA4505’다. 기존의 항암제가 잘 듣지 않게 ‘방어막’ 역할을 하는 종양미세환경(TME)을 공격하는 약이다. 국내에서 1년에 약 7500명의 신규 환자가 생기는 편평세포암(폐암의 일종) 치료제다. 박 사장은 “연내 임상 1상 주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부터 기술이전(LO)을 위해 다국적 제약사와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병인으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의 응집을 막는 ‘DA‑7503’도 임상 1상 단계다. 동아에스티는 연내 주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저분자화합물에 대한 동아에스티의 전문성을 극대화해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 한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ADC가 있다. ADC는 독성이 강한 저분자화합물 기반 항암제를 암세포에만 전달하도록 만든 ‘항암 유도탄’이다. 박 사장은 “앱티스 주도로 현재 ADC 후보물질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며 “에스티팜, 에스티바이오젠 등 자회사와 협업해 ADC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차세대 ADC의 비전도 공개했다. 저분자 화합물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온 동아에스티의 저력을 차세대 ADC에서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ADC에서 암을 공격하는 화학 항암제를 두 개 붙이는 ‘듀얼 페이로드’ 전략이나 TPD를 붙이는 등의 혁신적인 시도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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