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코스' 뚫은 스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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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J 스펀이 16일(한국시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J J 스펀이 16일(한국시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핀까지 거리 19.5m.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퍼팅한 J J 스펀(미국)의 공이 경사를 타고 흘렀다. 이븐파, 1타 차 선두였기에 이 홀에서 파만 잡아도 우승 가능성이 큰 상황. 완벽한 라인을 그리며 홀로 향한 공은 그림처럼 홀에 안착하며 버디를 만들어냈다. 최종 합계 1언더파. 스펀이 출전자 가운데 유일한 언더파로 US오픈 우승을 확정한 순간이었다.

스펀이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CC(파70)에서 열린 제125회 US오픈(총상금 215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6개로 2오버파 72타를 치며 최종 합계 1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자신의 첫 번째 메이저 우승이자 지난 3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연장전에서 패배한 기억을 완벽하게 극복한 경기였다.

오크몬트CC는 ‘악마의 코스’로 불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러프를 평균 12㎝에 이를 정도로 길렀다. 여기에 벙커는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깊고 가파른 턱으로 선수들을 시험에 빠뜨렸다. 샷에 조금만 실수가 나와도 보기, 더블보기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스펀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최종 합계 오버파로 경기를 마친 이유다.

이날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스펀은 전반에만 보기 5개를 범하며 빠르게 순위가 떨어졌다. 폭우로 경기가 1시간36분간 중단된 것이 그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그는 “딱 필요한 순간에 흐름을 끊어주는 계기가 됐다”며 “모든 것을 리셋하고 싶어 옷도 갈아입었다”고 말했다.

경기 재개 이후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선두를 달리던 샘 번스(미국)와 애덤 스콧(호주)은 11번홀(파4)에서 깊은 러프에 빠지며 각각 더블보기와 보기를 범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펀은 12번(파5),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15번홀(파4) 보기로 주춤했지만 17번홀(파4)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18번홀의 그림 같은 버디로 언더파 우승을 확정지었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일몰 탓에 다음날까지 이어진 연장전에서 매킬로이에게 패한 경험은 그를 성장시켰다. 스펀은 “맥스 호마가 들려준 타이거 우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며 “우즈는 ‘US오픈에서는 이상한 짓을 할 필요가 없다. 바람이 바뀌어도, 몇 타를 뒤져도 무리하지 말고 그저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몇 번의 대회에서 아쉽게 기회를 놓치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며 “다른 선수들이 우승 퍼트를 하는 순간을 보며 늘 꿈꾼 장면을 내가 만들어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선 김주형이 합계 9오버파 289타를 쳐 공동 33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시우와 임성재는 각각 공동 42위(12오버파 292타), 공동 57위(16오버파 296타)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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