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흔 살 무렵 내 삶을 되돌아보며, 얼마나 자주 길에서 벗어나 있었는지 후회 섞인 성찰을 하게 됨
-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은 결의나 의지, 현명한 조언 덕분이 아니라, 대부분 운 덕분이었음
-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잘못들은 결과가 불운한 것부터 파국적인 것까지 이어졌음
- 그 모든 잘못은, 평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나서야 몇 가지 기본 원칙을 깨닫게 된 탓에 발생했다고 의심함
- 이제 그 원칙들을 여기에 적어둠
- 혹시 누군가 미리 알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임
Nine Things I Learned in Ninety Years:
Chapter 1. To be self-constituted
- Christine Korsgaard는 *Self-Constitution: Agency, Identity, and Integrity (2009)*에서
-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빌려 자기구성(Self-Constitution), 즉 “일관성(consistency), 통일성(unity), 전체성(wholeness)”, 곧 성실성(integrity) 을 주장함
- Korsgaard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칸트가 말한 “보편적 법칙(universal law)” 에 따라 행동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설명함
- 나는 이 보편적 법칙을 “덕을 갖춘 도덕적 틀(a virtuous moral framework)” 로 대체하고 싶음
- 그 도덕적 틀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 철학의 한 흐름은 도덕 규범이 과학적으로 확립될 수 없으며, 특정 문화나 종교의 사고방식을 반영한 지표(indicia) 에 불과하다고 주장함
- 그러나 이에 반대해 “우리는 이러한 진리를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인다(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는 범주의 명제들이 있음
- 고통과 불행을 일으키는 것은 나쁨
- 기쁨과 행복을 일으키는 것은 좋음
- 분노, 증오, 시기, 질투, 불성실, 비열함, 복수심, 잔혹함, 원망, 절망은 나쁨
- 기쁨, 명랑함, 친절, 공정함, 연민, 정직은 좋음
-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도덕적 틀임
- 나는 인생을 시간의 강 위를 떠내려가는 뗏목 여행에 비유함
- Korsgaard의 말
- “당신의 움직임은 당신이 스스로 다스리는 헌법적 규칙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충동의 무더기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 이 말은 내 의식 깊이 스며듦
- 자기 구성적이지 않고, 통합적이지 않으며, 성실성이 없다면 삶은 혼란이 됨
- 하지만 만약 자기 구성된 사람이 자기 확대적 나르시시스트라면?
- 돈·권력·지배를 얻는 것을 일관되고 통합적이며 온전한 인생 목표로 삼는다면?
- 이는 내가 세운 도덕적 틀, Huck Finn의 기준, Kant와 Korsgaard의 보편적 법칙과는 부합하지 않음
-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도덕적 요소가 자기 구성된 성격에 직조되어야 함
- 덕을 갖춘 자기 구성에 도달했을 때의 상태
- 자신감과 그럴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됨
- 감정적으로 남에게 휘둘리지 않음
- 무의미한 충동을 품지도, 굴복하지도 않음
-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본성이 되는 상태
Chapter 2. To keep awake and aware
- 깨어 있지 않고 의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몽유 상태(sleepwalking) 와 같음
- 나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렇게 살아왔고, 그 상태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음
- 몽유 상태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것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음
- 그렇게 방치하면 길에서 벗어나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방황하게 됨
- 몽유 상태와 판단의 문제
- 몽유 상태가 반드시 지적 능력을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판단력에는 필연적으로 영향을 줌
- 많은 몽유 상태의 사람들이 오히려 권력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함
- Christopher Clark의 The Sleepwalkers: How Europe Went to War in 1914을 접했을 때,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바로 이해함
-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들은 지혜롭고 사려 깊은 이들보다, 오만하고 명예심에 부풀어 있던 인물들이 정책을 주도함
- 그들은 대륙 전체를 파괴할 재앙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오히려 근거 없는 확신 속에 결정들을 내림
- 오스트리아-헝가리 지도자들은 대공이 암살된 뒤 강경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지만, 실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근거는 없었음
- 문학 속의 사례
-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 Charles Swann이 보여주는 몽유 상태의 시작
- 그는 지적이고 교양 있으며 사교적이었지만, 불편한 사실을 직면해야 할 순간마다 선천적이고 간헐적이며 우연적인 정신적 무기력이 뇌 속의 모든 빛을 꺼버렸음
- 그 결과 합리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 묘사됨
- 몽유 상태의 위험
- 불편한 사실을 외면할 수 있는 손쉬운 대안이 바로 몽유 상태
- 그러나 그 상태가 습관화되면, 깨어 있는 상태라면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을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게 됨
- 행동해야 할 순간에 행동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 행동하게 되는 위험 발생
- 깨어 있음과 불교적 통찰
- 몽유 상태에서 벗어나고 깨어 있고 의식적으로 사는 방법은 부처(buddha)가 되는 것
- 이는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Thich Nhat Hanh와 나의 경험에 따르면 가능한 일임
- Thich Nhat Hanh의 The Art of Living에 따르면, 부처가 되기 위해 특별한 믿음이나 수행이 필요한 것은 아님
- 단지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며, 이해하고, 자비롭고, 사랑하는 것”이 전부임
- 그의 말: “부처가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단지 하루 종일 깨어 있음(awakening)을 유지하면 된다.”
Chapter 3. To consider what others may be thinking and feeling
- 내 삶의 대부분 동안, 내가 말하거나 행동할 때는 주로 내게 이익이 될 것만을 생각하거나, 아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음
- 내가 말하거나 행동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었음
- 대학 시절에 있었던 대화가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음
- 나보다 한 세대 연장자인 한 남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나는 그에게 인상을 남기고 싶었음
- 그의 보트에 대해 재치 있는 말을 떠올렸고, 그것이 내 세련됨을 보여줄 것이라고 상상했음
- 그러나 몇 초만 더 생각했더라면, 그가 그것을 영리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동시에 천박하고 불쾌한 말로 느낄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임
- 실제로는 후자였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말을 반복하기조차 꺼려질 만큼 무례한 경험으로 남아 있음
- 그 기억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림
-
공감적 차원: 다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감지하는 능력
-
인지적 차원: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추측하는 능력
- 후자는 흔히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이라고 불리며, 타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가설 세우기 의미
- 내 기억 속에는 쓰레기처럼 흩어진 장면들이 있음
- 나는 그것이 인상을 주거나, 설득하거나, 존경을 얻게 하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게 불리하게 작용한 발언들
- 뒤늦게 깨달은 것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그들이 내 말과 행동에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를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임
Chapter 4. To make happiness my default state of mind
Chapter 5. To seek an eternal perspective
- 아흔 해를 살며 배운 다섯 번째 교훈은 영원한 관점(eternal perspective)을 추구하는 일
- 17세기 철학자 Benedict Spinoza의 사상 인용
- 자기 자신을 넘어 타인의 시각, 더 나아가 그가 “신(God)” 혹은 “자연(Nature)”이라고 부른 우주 전체의 시각으로 확장
- 지식과 이해를 통해 자연 질서 속에서 기쁨과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고 믿음
- 불교와 유사한 관점, Joseph Campbell이 설명한 바 “애착 없는 연민(compassion without attachment)”과 연결
- 행동 속에서 살아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에서 벗어난 상태
- Spinoza의 결론
“강한 성격의 사람은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고, 누구도 시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분개하지 않고, 누구도 경멸하지 않고, 전혀 교만하지 않다.”
- 의문 제기
- 도전적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결과에 대한 욕망이나 두려움 없이 무관심하다면, 온전히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가?
- 성공에 기뻐하지 않고 실패에 실망하지 않는다면, 삶이 무채색이 되는 것은 아닌가?
- 극도의 평정심은 분명 가치가 있지만, 감정적으로 분리된 상태가 삶의 흥분과 만족을 빼앗는 것은 아닌가?
- 반례와 통찰
-
Peter Matthiessen의 The Snow Leopard (1978) 언급
- 조류학자 George Schaller와 함께 히말라야에서 설표를 찾아간 여정 묘사
- 배설물은 발견했으나 실제 설표는 보지 못하고 귀환
- 승려가 “설표를 보았느냐?” 묻자, Matthiessen이 “아니오”라고 대답하자 승려가 말함
- 불교적이지 못했을 것은 “안타깝군요”라는 반응
- “멋지다”라는 말은 애착으로부터의 해방, 탐험 자체가 멋지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멋지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 멋지고, 보이지 않는 장엄한 동물이 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라는 의미
- 철학적 논쟁
Chapter 6. To guard against self-deception
Chapter 7. How to confront mortality
-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의 조언
- Epictetus: “매일 죽음과 추방을 눈앞에 두라”
- 그들의 생각은, 죽음의 불가피성을 미리 숙고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것
- 죽음을 미리 생각하면, 갑작스레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충격을 덜 수 있음
- 스토아주의는 고귀한 태도이지만, 나는 Spinoza의 접근을 더 선호함
- Spinoza의 관점
- “자유인은 죽음에 대해 가장 적게 생각하는 자”라는 주장
- 평정심, 자기 통제, 죽음에 대한 무관심은 지식과 이해를 통한 영원한 관점에서 비롯됨
- 세계 종교의 초자연적 주장, 신의 인격적 개념, 신이 부여하는 상벌 개념을 거부함
- 검소하게 살았지만, 금욕주의를 멀리함
- 교리와 신화에 기반한 종교를 미신으로 간주했으나, 실용적 태도 유지
- 예: 하숙집 주인이 종교적 믿음에서 위안을 얻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신앙을 훼손하지 않도록 배려함
- George Eliot의 말
“내가 다시는 볼 수 없을 태양을 기뻐하려 함. … 이렇게 비개인적인 삶은 더 큰 강렬함을 가질 수 있으며, 우리 자신의 인격을 구성하는 작은 사실들로부터 훨씬 더 독립적이 될 수 있음.”
- Eliot은 Spinoza의 Ethics를 영어로 번역한 인물
- 위의 편지는 영원한 관점이 형성되는 순간을 보여줌
- Bertrand Russell의 말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점차 관심사를 더 넓고 더 비개인적으로 확장하는 것”
- 그렇게 조금씩 자아의 벽이 물러나면서 삶이 점점 더 보편적 삶 속에 녹아들게 됨
- 그의 에세이 A Philosophy for Our Time에서, Spinoza의 철학이 불안감을 넘어서는 비개인적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설명
- Spinoza는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완전히 차분했으며, 마지막 날에도 건강할 때와 똑같이 타인에 대한 친절한 관심을 보였다고 기록됨
Chapter 7. How to confront mortality
- Epictetus의 말
“매일 죽음과 추방을 눈앞에 두라”
- Spinoza의 말
“자유인은 죽음을 가장 적게 생각하는 자”
-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들
- 죽음을 미리 숙고하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
- 죽음의 불가피성을 미리 생각해두면, 막상 죽음을 마주할 때 충격을 덜 받게 됨
- 스토아적 태도를 기르면, 갑작스레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더라도 더 잘 견딜 수 있음
- 그러나 나는 스토아보다는 Spinoza의 길을 선호함
- 평정, 자기통제, 죽음에 대한 무관심은 지식과 이해를 통한 영원한 관점을 얻음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음
- Spinoza의 태도
- 종교들의 초자연적 주장, 신을 인간처럼 상상하는 개념, 신이 부여하는 상벌 개념을 거부함
- 단순하게 살았지만 금욕주의는 멀리함
- 교리와 신화에 근거한 종교를 미신으로 여겼으나,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함
- 하숙집 주인이 종교적 믿음에서 위안을 얻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신앙을 해치지 않으려 애씀
- George Eliot의 말
“다시는 볼 수 없을 태양을 기뻐하려고 함… 이런 비개인적 삶이 더 큰 강렬함을 얻을 수 있고,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독립적이 될 수 있음”
- Eliot은 Spinoza의 Ethics를 영어로 번역함
- 이 편지는 영원한 관점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 장면임
- Bertrand Russell의 말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점차 관심사를 넓고 비개인적으로 만들어서, 조금씩 자아의 벽이 물러나고, 삶이 점점 더 보편적 삶 속에 녹아드는 것”
- 그의 에세이 A Philosophy for Our Time에서 Spinoza 철학이 불안을 넘어서는 비개인적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함
- Spinoza는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항상 차분했고, 마지막 날에도 건강할 때와 똑같이 타인에 대한 친절한 관심을 보였다고 함
- Katharine Hepburn의 말
“나는 망각을 기다린다(I look forward to oblivion).”
- 말년의 무력하고 미래 없는 상황에서조차 두려움 없이 삶을 마주한 태도
- 평생을 관통한 기상과 따뜻한 성품을 보여주는 예시임
- Michel de Montaigne의 말
“나는 죽음이 내게 다가올 때 배추를 심고 있기를 바란다. 죽음이나 미완성의 정원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면서.”
- 가장 분별 있는 사람 중 하나였던 Montaigne이 보여준, 단순하고 합리적인 죽음에 대한 태도
Chapter 8. What an outsized role is played by luck
- Wallace Shawn의 책 Night Thoughts (2009) 언급
- 그는 자신이 운 좋게 태어났다고 고백함
- 세련되고 지적이며 계몽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행운
- 대부분의 운 좋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운 좋은 사람과 운 나쁜 사람의 차이를 의식하기 시작함
- “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이 얻은 공간을 확장하며 채운다”라는 그의 관찰 소개
- 오늘날 우리가 잘 아는 ‘아주 운 좋은 사람들’
- 초고층 펜트하우스를 사고, 정치인을 지원하며, 그 대가로 세법이 부자와 초부자에게 더 유리하게 바뀌는 현실
- 그들은 권력의 저울추를 더 무겁게 누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덕의 순환(virtuous circle)’ 을 영속시킴
- 그러나 부의 사다리에서 훨씬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조차,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사람보다 운이 좋음
- Shawn의 지적
- 폭격이나 박해, 공포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산다면 운이 좋은 것
- 하루에 두세 끼의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
- 인생에서 많은 것을 성취했다면, 그것은 상당 부분 기회의 행운 덕분임
- 길이 열렸던 우연
- 누군가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준 경험
- 운이 차지하는 거대한 비중
- 유전적 구성
- 성장 환경
- 성격과 성향을 형성한 사건과 영향
- 선택하지 않은 방향으로 삶을 돌려놓은 우연한 사건들
- 이 모든 것이 결국 행운에 크게 좌우됨
- 따라서 내려야 할 결론
- 더 운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겸손과 너그러움이 필요함
- 더 운이 좋지 못했던 사람일수록 자기 연민과 끈질긴 결의가 필요함
- 불공평하게 들리더라도, 불운한 사람일수록 더욱 억누를 수 없는 의지를 필요로 함
Chapter 9. To consider what you have at the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