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가 1년 만에 휴대폰 '성지'(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을 가리키는 은어)를 중심으로 공짜폰을 넘어 '차비폰'(구매자가 오히려 차비 명목의 돈을 받고 살 수 있는 휴대폰)명목의 신세가 됐다. 최신 아이폰 공개 시기 전후로 구형 모델을 싼값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집중되는데 이를 이용해 전작 재고를 털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트히 고급형 모델의 경우 이미 신제품 공개 직후 '단종'되면서 애플 외의 판매 채널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통신 종합 플랫폼 '모두의요금제'(모요)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성지에서 거래되는 아이폰16(128GB) 중위값은 전날 기준 4만~25만원에 불과했다. 이동통신사를 바꾸지 않고 기기만 변경하는 조건일 때 SK텔레콤은 25만원,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4만원, 9만원으로 나타났다.
아이폰16 기본형 모델은 출시 당시 국내에서 저장용량에 따라 125만원부터 판매됐다. 성지 중위값이 가장 높은 SK텔레콤 기기 변경 가격을 기준으로 봐도 100만원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조건일 땐 오히려 성지에서 돈을 받고 아이폰16을 가져올 수 있다. 동일하게 중위값을 기준으로 보면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할 경우엔 5만원을, KT와 LG유플러스로 갈아탈 땐 각각 17만원·33만원을 돌려받는다.
아이폰17 시리즈 공개 전후로 오히려 아이폰16에 대한 관심도가 비교적 높아졌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아이폰16'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날은 아이폰17 시리즈가 공개된 지난 10일이었다. 최신 제품이 나올 때면 구형 모델 지원금이 확대되거나 할인 혜택 등이 집중되는 점을 노려 비교적 저렴한 값에 구매하는 수요도 적지 않다.
단 성지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려면 부가조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부가서비스가 있는지, 기기 반납 조건이나 인터넷·TV 가입 조건이 붙는지, 제휴카드 발급이 필수인지 등을 확인해 실제 금액상 혜택을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가요금제 가입 조건도 따라붙는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앞서 단말기유통법 폐지 이후 "단말기 가격은 앞으로 판매점마다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할부원금과 위약금, 잔여 할부금 등 핵심 계약 내용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각종 부가 조건을 최소화하면서도 휴대폰 가격을 대폭 낮춘 성지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한 서울의 한 성지에선 분실·파손 보험 등 최소한의 부가서비스와 10만원대 요금제 가입만을 조건으로 20만원대 금액을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아이폰17 시리즈 공개 직후 아이폰16 프로·프로 맥스 모델을 단종하면서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판매 채널로 고객들이 유입될 것으로 보이면서 성지를 찾는 발길도 이어질 전망이다.
아이폰16 프로(256GB)의 성지 중위값은 번호이동 기준 19만~43만원, 기기 변경 기준 44만~68만원을 나타냈다. 이 모델은 출시 당시 155만원부터 판매됐다. 190만원부터 판매됐던 아이폰16 프로 맥스(256GB)는 번호이동 49만~61만원, 기기 변경 69만~91만원대로 조사됐다.
성지들은 아이폰17 시리즈가 공개되자 지원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담을 명목으로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이날 오후 9시 아이폰17 시리즈 사전 주문을 시작하고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도 이에 맞춰 각종 혜택을 마련한 상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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