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매년 유입액보다 유출액이 2배 이상 많은 순유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경제 규모를 고려한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 유입 비율을 보면 2023년 한국의 유입 비율은 0.9%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외국인투자 전략회의를 개최해 외국인 투자의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첨단 산업 분야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비즈니스 설문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본부로서 가장 선호하는 두 번째 국가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응답자는 경직적이고 최고경영자(CEO)에게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는 한국의 노동 규제가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고민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형벌 중심 노동법제는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2024년 투자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경영책임자는 회사의 모든 행위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체포·기소·출국금지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카허 카젬 사장을 예로 들었다.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2017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근무하며, 이 중 2년을 회사의 파견법 위반과 관련한 법정 분쟁에 시달렸고, 세 차례나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문제는 이런 노동법제의 형벌 조항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책임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한 경우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징역형에 처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데 이어 사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노란봉투법이 벌써 두 번이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 기업들은 사용자의 범위를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어떠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교섭 거부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리하게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민법상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기업을 노사관계의 당사자로 끌어들여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는다. 국내 제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원청기업을 상대로 쟁의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한다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임이 자명하다. 설문조사 결과 국내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쟁의행위와 사법 리스크 증가로 투자를 15% 이상 줄일 것이라고 답하고 있지만 노란봉투법이 또다시 발의돼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사용자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로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많은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산재 사고는 감소하지 않았다. 노동법제의 과도한 형벌 조항으로 인한 외국 기업의 투자 감소와 국내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은 결국 심각한 일자리 감소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의 관세전쟁 역시 자국 투자를 요구하는 투자 유치 전쟁의 결정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노동법제 형벌 규정 전반에 대한 분석과 조사를 통해 노사관계를 형벌로써 규제하는 현행 법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